"인레이 말고, 인접면 레진으로 해주세요" feat. TJ 성향의 환자분


FP 성향의 치과의사(본인)

 - 각각의 치료 방법에는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함.

 - 각각의 장단점을 충분히 고려해서, 환자분께서 선택하시는 방법이 모범답안이라고 생각. 


TJ 성향의 환자

 - 원하시는 치료 방법이 확실함.  

 - 이미 치료 계획을 세워서 내원하시는 경우가 많음. 


이 포스팅은 FP 성향의 의사와 TJ 성향의 환자가 만났을 때의 케이스에 대한 기록이다. 


Prologue : 계획은 이미 세우고 왔어요

작년 봄 쯤, 30대 남성분이 내원하셨다. 

"어금니가 아파서 근처 치과에 갔는데, 충치가 있어서 인레이를 해야 된대요. 

  그런데 저는 인레이가 싫어서, 레진으로 치료 받고 싶어요."

TJ 성향의 환자분이시다. 


일단 나도 진단을 해야하니, 체어에 앉혀드리고 구강내를 본다. 

치아에 멍이든 것처럼 깊은 충치가 곧바로 눈에 띈다. 그것도 두 군데. 

인접면 우식, 치아사이 충치, 인접면 레진

원래 치아 사이에 생긴 충치 - 인접면 우식은 찾아내는 단계가 제일 어렵다보니, 

의심이 되는 경우 CT나 바이트윙까지 동원해서 확진을 해야하는 경우도 생기는데(click).. 

이 케이스는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 


아, 참고로 파노라마 사진이 인접면 우식 진단에 도움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 

참고로, 파노라마 사진에서 충치가 보이면, 엄청 심하다는 의미다(click)


대략적인 진단은 되었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레진이냐 인레이냐가 아니다. 


진단 & 계획 : 머시 중헌디?

인레이냐.. 레진이냐.. 어떤 방식으로 치료를 할 것인가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정확한 진단이다. 

신경에 생긴 염증(치수염)이 회복 불가능한 상태가 확인되면, 

곧바로 신경치료가 필요하며 (어금니의 경우에는) 크라운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걱정인 점은, 이미 환자분이 자발통(가만히 있어도 아픔)을 느끼고 있다는 것. 

자발통은 심한 충치에서 나타나는 증상이므로, 치수염이 진행중이라는 의미다. 

참고하면 좋은 글 : 2. 진단 파트 참고(click)


더 정확한 진단을 위해 CT를 찍어봤는데... 

인접면 충치, 치아사이 우식, 인접면 레진, CT

다행히 CT에 뿌염이 보이지 않고 ice test에도 어느 정도 민감한 반응을 보이므로 치수괴사는 아니다. 

충치가 치수에 상당히 근접해 있지만 닿아있지는 않고,

아직 뜨거운 물에 반응이 있지 않으므로 비가역적인 치수염의 가능성도 높지는 않다. 

결론은, 당장 신경치료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왼쪽부터 : 가역적 치수염 - 비가역적 치수염 - 치수괴사


여기서 잠깐! 

이 정도까지 진단이 되면, 다 신경치료를 안 하고 마무리 되는 걸까? 

그렇지는 않다, 해봐야 안다. 

신경치료를 원치 않는다면 (click),  

 - 치수가 회복될 거라는 가정하여 최선을 다해 치료를 진행하고, 

 - 그래도 치료 후 증상이 호전되지 않으면 그 때는 어쩔 수 없이 신경치료에 들어가야 한다. 

이 과정을 원치 않으면 곧바로 신경치료에 들어간다. 


이런 자초지종을 환자분께 설명드리니, 곧바로 전자의 방법을 선택하신다. 

TJ 성향의 환자분인지라 결정이 빠르다. 

그리고 신경치료를 피할 수 있다면, 인레이 말고 꼭 인접면 레진으로 치료해달라고 강조하셨다. 

다행히 교합면은 양호하고 치아 사이에만 진행된 인접면 우식이므로, 레진치료가 가능하다(click)

신경치료만 들어가지 않는다면.



치료 -1 : A 먼저 (#14)

충치가 더 심한 A 치아를 먼저 치료하기로 했다. 

인접면 우식 치료, 인접면 레진


두 치아를 동시에 치료했다가 통증이 생기면 어느 부위가 아픈지 감별진단이 어렵기 때문에,  

보통은 더 심한 치아부터 하나씩 하는 게 좋다. 


무통 마취 후, 조심조심 충치 제거 시작. 모습을 드러내는 인접면 우식

인접면 우식 제거, 인접면 레진
치아는 투명해서, 저 까만 충치가 비쳐보이면 멍든 것처럼 보인다


감염된 부분을 조금 더 제거. 

여기서부터 조금씩 쫄리기 시작. 

인접면 우식 치료, 충치 제거, 인접면 레진

이렇게 신경에 밀접한 부분의 충치 제거를 할 때는, 신경에 닿는 자극을 줄이기 위해, 

수기구(spoon excavator)와 초음파(sonic flex)를 이용한다. 

오렌지 색의 상아질이 보인다. 단단한 치질이 확인된다. 감염된 부분은 최대한 제거했다. 

인접면 웅식 치료, 충치 제거, 인접면 레진
더 욕심을 부리면 신경이 노출될 것 같은 느낌... 여기까지만. 


인접면 우식을 치료할 때, 지금 치료 중인 면과 맞닿아 있는 옆치아의 옆면도 꼭 점검해야 한다. 

인접면 충치는 양쪽으로 같이 생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click)


다행히 살짝 오염된 정도라, 가볍게 polishing만 진행. 

인접면 우식 치료, 옆치아 맞닿은 면 확인


이제 A부분의 충치는 MTA를 도포하고, 팔로덴트 장착 후 인접면 레진으로 수복. 

인접면 우식 치료, 인접면 레진, 팔로덴트, MTA

교합 조정 후, 폴리싱을 해주면 A 치아의 충치 치료는 일단락. 

하지만 치료가 끝난 건 아니다. 

최소 1주일 정도는 시림이나 통증이 생기지 않는지 체크가 필요하다. 

증상이 생기면 신경치료에 들어가야하기 때문이다. 




시간이 흘러, 1주일 뒤. 다음 예약시간. 

환자분의 예후에 따라 A치아의 신경치료가 될 것이냐, B 치아의 레진치료가 될 것이냐가 정해진다. 


치료 -2 : B 이어서 (#16)

조심스레 증상을 여쭤보니, 

"약간 빡빡한 느낌이 있는데, 시리거나 통증은 없었어요." 라고 하신다. 

다행히 경과가 양호하셔서, 신경치료 없이 더 경과를 지켜보기로 했다. 

그래서 오늘은 B 치아의 치료를 진행. 


마찬가지로 무통마취 후, 교합점을 찍어 교합 양상을 기록한다. 

인접면 우식 치료, 인접면 레진

충치 제거 시작. 새카만 충치가 모습을 드러낸다. 

인접면 우식 치료, 충치 제거, 인접면 레진


조심조심 더 제거.. 잇몸 아래까지 썩었다. 

인접면 우식 치료, 충치 제거, 인접면 레진


잇몸에 추가 마취를 해서(이미 마취 상태라 통증은 없음) 지혈을 도모하는 동안, 

옆치아의 맞닿은 면도 살핀다. 

여기는 좀 깊은 충치가 진행중이다. 치료가 필요하다. 

인접면 우식 치료, 옆치아 맞닿은 면, 인접면 레진

지금은 충치에 직접 접근이 가능하므로, 교합면의 손실없이 치료가 가능하다. 

환자분께 설명드리니, 같이 치료를 원하신다. 

충치 제거 시작. 예상대로 깊었다. 

인접면 우식, 옆치아 맞닿은 면 치료, 레진

충치를 마저 깨끗이 정리하고, 레진으로 수복. 

인접면 우식, 옆치아 맞닿은 면 레진치료
진짜 최소삭제 인접면 레진이다. (click)


이제 원래의 B 치아로 돌아와, 

지혈이 된 잇몸을 확인하고 남은 충치를 깨끗이 제거한 뒤에 MTA로 간접치수복조 시행. 

인접면 우식 치료, MTA, 인접면 레진

팔로덴트 장착하고, 인접면 레진으로 수복. 

지난번에 치료한 A도 같이 확인. 

인접면 우식, 인접면 레진 치료

깔끔하게 치료를 일단락 지은 뒤, 마찬가지로 1주일 간 경과 체크 기간을 가진다. 



1주 뒤, 다행히 두 치아 모두 시림이나 통증 없음이 확인되면, 치료를 마무리 짓는다. 

(깊은 충치의 경우, 뒤늦게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으므로(click) 정기검진 등록해드림)


치료 요약 

 - 깊은 인접면 충치, 최소삭제 인접면 레진 치료로 잘 마무리 됨. 

인접면 우식, 치료 전후, 인접면 레진, MTA, 팔로덴트

+ ) 신경치료도 피할 수 있었음. 


치아가 멍든 것처럼 보일 정도로 심했던 인접면 충치였지만, 

다행히 신경치료 없이 치료가 잘 마무리 되었다. 

게다가 간절히 원하셨던 대로, 인레이 대신에 인접면 레진으로 치료가 잘 진행돼서 한번 더 다행. 


epilogue

이미 치료 계획을 세우고 오신 TJ 성향의 환자분들의 경우, 

환자분들의 치료 계획과 진단이 맞는 경우에는 치료 진행이 원활하다. 

이 케이스처럼, 환자분께서 원하는 방향으로 치료가 잘 진행되면 술자와 환자 모두 만족스럽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잇몸이 부었으니 잇몸치료만 해주세요" - 치수괴사로 치조골이 녹고 누공이 생겨있음(click) 

"치아가 깨졌는데, 그냥 떼워만 주세요" - 치아가 뿌리까지 통째로 두 동강 나있음(click) 

(위의 링크 글의 환자분들이 그랬다는 게 아니라, 이런 경우가 있다는 말씀)

이럴 때는 원하는대로 해드리기가 어렵다. 문제 해결이 안 되기 때문이다. 

보통은 엑스레이와 사진을 보여드리며 진단을 해드리면서 다른 치료 방법을 권해드리는데, 

가끔씩 본인의 진단과 치료 계획을 강하게 원하시는 경우가 있다보니, 난감할 때가 있다. 

뭐가 정답인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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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의료법 제56조 1항의 의료법을 준수하여 치과의사가 직접 작성하였습니다.

실제 내원 환자분의 동의하에 공개된 사진이며,

동일한 환자분께 동일한 조건에서 촬영한 사진을 활용하였습니다.

치료 내용 : 인접면 레진치료, 간접치수복조술 

치료 후 생길 수 있는 부작용 : 신경치료, 레진파절

치료기간 : 2024.03.07(당일치료완료)

개인에 따라 진료 및 치료방법이 다르게 적용될 수 있으며,

효과와 부작용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 점을 안내드리고 동의하에 치료 진행합니다.

진료 전 전문 의료진과의 충분한 상담을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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