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사이 옆면 충치 - 인접면 레진 치료, 1년 경과 feat. 가난한 새의 기도
가난한 새의 기도 - 이해인 -
꼭 필요한 만큼만 먹고
필요한 만큼만 둥지를 틀며
욕심을 부리지 않는 새처럼
당신의 하늘을 날게 해주십시오
(후략)
존경하는 수녀님의 시를 감히 인용하려니 송구한 마음에 몸둘 바를 모르겠지만,
진료할 때.. 특히나 치료 계획을 세우고 치료를 할 때는, 가난한 새의 마음으로 임한다.
꼭 필요한 만큼만 깎고, 필요한 만큼만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재작년 쯤, 20대 초반의 여성분이 내원하셨다.
"치아 사이에 충치가 있다고 진단 받아서, 상담 받고 싶어요."
(지금은 비공개된) 네이버 블로그에서, 인접면 레진으로 검색해서 오셨다고 하셨다.
말씀하신 부위의 인접면 충치는 파노라마 사진에서도 충분히 의심될 정도이고,
마침 주변에 충전물이나 보철물도 없어서 CT도 찍어보니,
상당히 깊은 인접면 우식이 확인된다.
#25와 #26 사이 충치는, 다행히 #25 충치가 더 깊다. (다행인 이유는 뒤에 나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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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 치아는 신경치료 위험성이 매우 높음 |
그리고 #26과 #27 사이 충치는, #26이 더 깊다.
이렇게 상아질까지 진행된 충치가 확인되면, 더 늦기 전에 치료가 필요하다.
상아질에서는 충치 진행이 매우 빠르기 때문이다.
충치 진단은 확정되었으니 치료 계획을 세워야 할 차례.
가난한 새의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이는,
내가 특별히 고귀하고 인도주의적이며 숭고한 정신을 가졌기 때문이 전혀 아니다.
단순히 말하면, 그렇게 해야 예후가 좋기 때문이다.
치료를 하면 할수록 느끼게 되는 것이..
치아는 적게 깎을수록, 치료 후 시림이나 통증이 적고.. 탈이 나도 적게 난다.
그리고 이렇게 예후가 좋아야, 환자와 술자 모두 좋다.
그러다보니, 가난한 새처럼 치료 계획을 세우고 치료에 임하려 항상 노력하게 된다.
이 케이스의 치료 계획에서 키포인트는, 양쪽으로 인접면 충치가 생긴 #26 치아다.
양쪽으로 생긴 인접면 충치는 여러가지 치료 방법이 있지만,
참고글 : 양쪽으로 생긴 인접면 충치 - 레진 치료 feat. 감정형(F 성향) 치료 계획
마침 이 환자분께서도 위의 포스팅에서처럼, 치아 삭제를 적게 하고 싶어하시는 분인지라..
이번에도 최소삭제 인접면 레진으로 치료계획을 세웠다.
[Case 1 : #25-#26 인접면 충치]
무통 마취 후, 충치가 더 심한 #25 치아부터 치료를 시작한다.
#25 치아의 교합면에서 충치제거를 시작하고, 깊은 부위는 수기구나 초음파를 사용..
신경에 인접한 부위는 MTA를 적용하고, 팔로덴트 적용 후 삭제 부위는 인접면 레진 수복.
#26 치아는 씹는 힘을 강하게 받는 부위라서,
교합면 쪽의 변연융선(marginal ridge)을 보존해주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위의 사진에서는 생략됐지만,
#25 치아의 충치를 삭제하다보면 #26 옆면의 인접면 충치가 드러난다.
이렇게 되면 인접면 충치에 직접 접근이 가능하며, #26 치아의 교합면은 보존할 수 있게 된다.
아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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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25의 교합면이 삭제된 상태 |
이렇게 하면 말 그대로 최소삭제 인접면 레진이 가능하다.
#26을 먼저 마무리 하고, 완료된 #26의 옆면에 맞춰서 #25를 마무리 했다.
이제 1주일 간의 경과 체크 기간을 가지고,
다행히 시림이나 통증이 없음을 확인한 뒤에 다른 부위 치료에 들어간다.
#25는 신경치료 위험성이 제일 높았던 치아였는데, 다행히 신경치료를 피할 수 있을 것 같다.
[Case 2 : #26-#27 인접면 충치]
이쪽은 #26 치아의 충치가 더 심하기 때문에, #26부터 치아 삭제를 시작.
무통 마취 후, 통상적인 과정으로 치료를 진행.
#26 충치 삭제 도중,
직접 접근이 가능해진 #27 옆면 충치를 먼저 완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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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찬가지로, 현재 #26 교합면이 삭제된 상태 |
이렇게 최소삭제 인접면 레진 치료를 완료한다.
#26 치아는 양쪽으로 인접면 우식이 생겼지만,
이렇게 하면 교합력이 가해지는 부분의 삭제를, 그나마 최소화 할 수 있다.
반대편과 마찬가지로 약 1주간의 경과체크에서 별 이상이 없음을 확인 후,
다행히 만족스럽게 무사히 치료를 일단락 짓는다.
하지만 완전히 끝은 아니다. 치아의 삶은 계속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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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흘러 1년 뒤, 정기검진으로 내원하셨다.
"특별히 불편한 점 없었어요,
지난번에 숨은 충치로 충격을 받고나서 치실 사용 열심히 했어요."
#25-#26 치료 부위, 말씀하신대로 잘 관리하고 계시는 중..
#26-#27 치료 부위, 마찬가지로 양호한 상태.
파노라마 사진에서도, 당시의 깊었던 인접면 우식의 흔적이 잘 보이는데..
마찬가지로 별 이상 없어보인다.
치료 부위 이외의 다른 부위도 지금처럼 꾸준히 잘 관리를 당부드리며
다음 번 정기검진을 등록하면, 1년 경과 체크가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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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치나 파절 등으로 손상된 치아의 치료는, 손상 부위의 크기를 기준으로 하면, 대략적으로
레진 < 인레이 < 크라운 < 발치(임플란트) 의 단계를 거친다.
앞단계에서는 뒷단계로 가는 것이 그나마 수월하지만,
일단 뒷단계로 가게 되면 앞단계의 치료가 엄청 어려워지거나 아예 불가능해진다.
(크라운 치아에 탈이 나면 이제, 크라운 재제작 or 발치 밖에 선택지가 없다.)
그러다보니 평생 써야하는 치아를 치료할 때,
가능하다면 뒷단계는 늦게 진행하는 것의 장점이 많다.
충치 치료를 할 때는 항상 이 점을 염두에 둔다.
참고글 : 치아사이 충치 - 인접면 우식, 어떻게 치료할까 - feat. 신경치료는 싫어요
또 한가지.
치아는 적게 삭제할수록, 치료 후의 경과가 양호하다.
충치의 제거, 보철물을 위한 치아 삭제 등의 정상적인 과정도
치아 입장에서는 유해한 자극이다.
그러다보니, 이왕이면 적게 깎아내면 그만큼 치료 후의 시림이나 통증이 적다.
신경치료로 넘어갈 위험성도 그만큼 줄어든다.
참고글 : 신경치료 안 하면 안 될까요? feat. 치과의사도 신경치료 안 하고 싶습니다
치료 후에 불편감이 없어야 환자분이 편안한 건 당연하지만,
술자입장에서도 치료 후 불편감이 없어야 마음이 편안하다...
치료 후 계속 불편감을 호소하는 환자분을 대하는 것은 술자에게도 무척이나 힘든 일이다.
솔직히, 가난한 새의 마음은 나를 위한 마음이 더 크지만..
꼭 필요한 만큼만 깎고 꼭 필요한 만큼만 채우면 모두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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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의료법 제56조 1항의 의료법을 준수하여 치과의사가 직접 작성하였습니다.
실제 내원 환자분의 동의하에 공개된 사진이며,
동일한 환자분께 동일한 조건에서 촬영한 사진을 활용하였습니다.
치료 내용 : 레진치료, 간접치수복조술
치료 후 생길 수 있는 부작용 : 신경치료, 치아파절, 레진파절
치료기간 : 2023.10.26~ 2023.10.31
경과체크일 : 2024.12.11
개인에 따라 진료 및 치료방법이 다르게 적용될 수 있으며,
효과와 부작용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 점을 안내드리고 동의하에 치료 진행합니다.
진료 전 전문 의료진과의 충분한 상담을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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