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사이 검은 점 = 집에서 발견된 바퀴벌레 한마리 feat.인접면 레진
집에서 바퀴벌레 한 마리가 눈에 보이면, 이미 백 마리는 숨어있다는 말이 있다.
평소 숨어 지내는 바퀴벌레 숫자가 불어나서, 이제는 눈으로도 보일 정도가 되었다는 얘긴데...
벌레 사진은 너무 징그러워서, 흐릿한 알 사진으로 대체함 |
인접면 충치도 비슷하다.
인접면 우식은 치아 사이 옆면에 생겨서 조용히 커지기 때문에 눈에 잘 안 보이지만,
이게 눈에 보일 정도가 되었다면 긴장해야 한다.
깊거나 큰 충치로, 신경치료의 위험성이 높기 때문이다.
Prologue
작년 요맘 때 쯤, 30대 여성분께서 스켈링을 받으러 내원하셨다.
"특별히 불편한 곳은 없어요."
평소 시림이나 통증이 느껴지는 부위는 전혀 없으시다고 하심.
진단 : 치아 사이 검은 점 - 인접면 충치!
깔끔하게 치석과 치태를 벗겨내고 깨끗한 상태로 구강내를 점검하는데,
치아 사이에서 검은 점이 보인다. 여기서 살짝 긴장.
충치가 맞는지, 혹시 남은 치석은 아닌지 꼼꼼히 봤는데.. 역시나, 인접면 충치다.
파노라마 사진을 보니, 치열이 겹쳐서 거의 보이지 않는다.
(파노가 충치 진단에 도움되는 경우는 드물다고 보면 된다..)
충치 진단은 무죄추정의 원칙을 적용해야 하므로,
인접면 충치 확진을 위해 CT나 바이트윙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렇게 치아 사이를 넘어, 옆으로까지 퍼져서 눈으로 보일 정도가 되면..
추가적인 검사 없이도, 치료가 필요한 충치로 보는 것이 맞다. (이유는 아래에서..)
치료계획 : 레진? 인레이?
진단이 되었으니, 이제 치료 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인접면 충치가 저렇게 퍼졌지만, 씹는면(교합면)의 상태는 나쁘지 않다.
교합면에는 보험이 되는 재료(GI)가 아직은 그럭저럭 제 역할을 해주고 있다.
이럴 때 가능한 치료 방법은 두 가지.
1. 교합면을 포함하는 인레이 치료
2. 치아 사이의 충치만 치료하는 인접면 레진 치료
각각의 치료는 장단점이 있으므로, 뭐가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다.
다만, 환자분께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 무엇이냐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달라진다.
그래도 일단 치아 삭제는 최소한으로 하고 싶다는 환자분의 의견을 반영해서,
인접면 레진으로 치료계획 확정.
치료 : 인접면 레진
무통 마취 후, 교합점을 찍어서 교합 양상을 확인.
치료 예정 부위에 교합력이 다소 세게 작용한다 |
이제 충치 제거를 시작.
치아가 붙어있는 부분은 이미 새카맣게 감염이 되어있고,
충치가 점점 커지면서 옆쪽으로 퍼지다가 눈에까지 보이게 된 상황이 확인된다.
조심조심.. 부드러운 버(bur)를 써서 조금씩 충치를 제거한다.
여기서부터는 위험지역.
신경에 아주 가까운 부위는, 수기구(spoon excavator)와 초음파기구(sonic flex)로 다듬어서
혹시 모를 치수 노출을 방지한다.
감염된 부위는 거의 다 제거가 된 듯... 다행히 신경이 노출되지는 않았다.
저 진한 색의 부위는 마지막에 초음파로 살짝 더 제거했음 |
그래도 혹시 모를 치수염 예방을 위해 신경에 밀접한 부위에는 MTA를 덮어주고,
팔로덴트 장착 후, 인접면 레진 적층.
교합면의 양호한 GI는, 제거하는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자극이 갈 수 있다며 놔두시길 원하셨다.
처음에 검은 점이 발견된 부위도 확인. 깔끔하게 레진으로 교체됐다.
시림이나 통증 없음 확인 후, 치료 마무리.
치료 요약
: 치아 사이에 검은 점을 발견 - 인접면 레진으로 치료, 다행히 신경치료는 피할 수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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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logue
인접면 충치는 치아끼리 딱 붙어있는 옆면에서 시작된다.
그러다가 점점 깊어지고 넓어지면, 아래 사진처럼 눈에 보이게 된다.
인접면 충치가 이렇게 눈으로 보이는 상황이라는 건,
우연히 집에서 바퀴벌레 한 마리가 눈에 띈 것과 같다.
집에 숨어지내던 수 많은 바퀴벌레가 흘러넘쳐 내 눈에까지 보이게 된 것처럼,
저 깊은 곳에서 천천히 커지던 인접면 우식이 커지면서 눈에 보이게 된 것이다.
결론 :
인접면 충치는 진단이 어렵다보니 치료 여부 결정도 쉽지 않지만,
이렇게 눈에 보일 정도로 옆으로 번진 인접면 우식이 발견될 경우에는,
웬만하면 치료를 미루지 않는 게 좋다.
참고) 치아에 검은게 보인다고 다 충치는 아니다.
가끔은, 오래 묵은 치석이 충치로 보이기도 한다.
암튼 치아에 뭔가 검은 게 보이면, 일단 치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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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의료법 제56조 1항의 의료법을 준수하여 치과의사가 직접 작성하였습니다.
실제 내원 환자분의 동의하에 공개된 사진이며,
동일한 환자분께 동일한 조건에서 촬영한 사진을 활용하였습니다.
치료 내용 : 인접면 레진치료, 간접치수복조술
치료 후 생길 수 있는 부작용 : 신경치료, 레진파절
치료기간 : 2024.03.07(당일치료완료)
개인에 따라 진료 및 치료방법이 다르게 적용될 수 있으며,
효과와 부작용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 점을 안내드리고 동의하에 치료 진행합니다.
진료 전 전문 의료진과의 충분한 상담을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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