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치료 후 갑자기 붓고 엄청나게 아픔 : flare up (플레어 업) 실제 사례 2개
'신경치료' 하면 떠오르는 고통스러운 이미지(?) 형성에 크게 일조한 증상이 바로 flare up인데,
신경치료로 겪을 수 있는 최악의 고통 중에 하나다.
flare up 이란 원래 급격한 증상의 악화나 재발을 의미하는 의학 용어이지만,
주로 치과에서 신경치료 후 갑자기 붓고 극심한 통증이 생기는 현상을 말한다.
Case 1 - 타원에서 생긴 flare up
딱 이런 자세로 본원에 내원하신 젊은 여성분.
타치과에서 5일 전에 신경치료를 받았는데, 너무 아프시다고 하신다.
"처음 2~3일은 괜찮다가, 그제부터 아프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너무 아파요.
약을 3시간 간격으로 먹는데도 계속 아파요."
말씀을 들어보면 신경치료 후 flare up이 온 것 같지만,
내가 진단한 환자가 아니다보니, 정확한 원인 파악을 위해 파노라마부터 촬영.
신경치료를 받은 흔적이 있는 치아의 뿌리 주변에 염증이 보인다.
혹시나 치근의 파절이나, 인접한 치아의 통증은 아닌지 CT까지 찍어본다.
진단에는 항상 무죄추정의 원칙을 적용해야 하므로(click), 신중해야 한다.
CT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확인된다.
심한 뿌리염증이 두 개의 치아에 걸쳐 퍼져있다.
신경치료를 받았던 치아에 핀셋을 갖다 대기만 했는데도,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신다.
통증의 근원이 파악되었으니, 이제 flare up에 대한 대처를 할 차례.
flare up은 신경관 내부에 압력이 높아져서 생기는 경우가 많으므로, 내부 압력을 낮춰야 한다.
쉽게 말하면 고름을 빼야 한다는 말.
무통 마취 후 임시재료를 제거하는 순간, 화산이 폭발하듯 흘러넘치는 피고름...
아래쪽 치아임을 감안하면, 중력을 역행해서 고름이 올라온다는 건데..
이렇게까지 심하게 흘러 넘친다는 것은, 내부에 엄청 심한 압력이 형성되어 있었다는 의미.
그러니 통증이 심할 수밖에.
이제 충분히 고름이 빠질 수 있도록 초음파로 세척을 해준다.
약 5분 정도 세척을 해주니, 피고름이 멈춘다.
흔적을 보니, 심한 충치로 신경치료에 들어갔던 것 같다.
이제 다시 임시재료로 구멍을 막아준다.
어? 그러면 안에 다시 고름이 차는 거 아냐? 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실제로 예전에는 저 구멍을 며칠 열어놓고 지내기도 했다.
그런데 저렇게 큰 구멍을 열어놓으면 음식물이 들어가면서 감염이 생길 수도 있고,
이미 대부분의 고름은 다 빠져나간 상태인데다가,
다행히 이틀 뒤에 원래 치과에 신경치료 예약이 되어 있다고 하셔서,
구멍은 잘 막아두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
처방약을 드리면서 응급처치는 일단락.
나머지 치료는 이어서 잘 받으셨기를....
참고로 저렇게 뿌리 두개에 걸쳐서 염증이 보이더라도,
둘 다 치료를 들어가기보다는, 주범(?)으로 보이는 치아를 먼저 치료해보는 것이 좋다.
두 치아에서 동시에 심한 뿌염이 생기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
대부분은 옆치아가 공범이 아니라, 피해자임이 드러난다.
다른 환자분의 사례 : 잇몸에 뾰루지 - 고름주머니가 생겨서 다행입니다 (click) |
피해자를 공범으로 몰아서 억울한 치아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
Case 2 - 본원에서 생긴 flare up
이번에는 Case 1과 입장이 바뀐 사례다.
스켈링 받으러 본원에 내원하신 30대 여성분의 왼쪽 송곳니에서, 우연히 발견된 뿌리염증.
어릴 때 앞니로 넘어진 적이 있으시다는데,
심한 증상이 없다면 꾸준히 경과를 체크해봐도 좋겠지만,
이미 뺨쪽 치조골이 거의 다 녹을 정도로 심한 뿌리끝 염증인지라,
여기서 더 악화되면 그 다음 치료가 너무 힘들 것 같다고 판단.
환자분의 동의하에 신경치료 후 경과를 체크해보기로 했다.
무통 마취 후, 첫날. 신경치료를 시작.
신경관도 하나이고, 금세 뿌리끝이 깔끔해져서 1회만에 신경치료를 마무리한다.
참고로,
신경관의 멸균만 확실히 된다면 굳이 신경치료를 여러 번 할 필요가 없다.
특히나 플라즈마를 사용하면서 멸균의 효율이 좋아지다보니,
하나짜리 신경관은 대부분 1회만에 신경치료를 끝내도 예후에 차이가 없다(click).
신경관이 여럿이어도, 심한 뿌리염증의 재신경치료일 때도, 2회를 넘기는 경우가 거의 없다(click).
(epilogue에서 정리하겠지만, 신경치료를 여러번 할수록 flare up의 확률이 높다고 한다.)
이렇게 치료를 잘 마치고 다음번 레진코어 약속을 잡고 가신 게 금요일이었는데,
월요일 아침에 연락을 주셨다.
주말에 갑자기 퉁퉁 붓고 아파서 집근처 치과에서 응급처치를 받으셨다고.
Flare up 이 오셨구나... Case 1에서의 상황이 역전되었다.
얼른 본원에 내원하시게 해서 보니, 눈밑까지 퉁퉁 부은 상태로 오셨다.
다른 분의 사진으로 대체 |
얼른 무통마취 시행 후, 임시재료를 열어보니 안에서 피고름이 죽~ 배어나온다.
flare up의 공통점은 피고름 |
거의 안 아팠는데, 오히려 치료를 하고 이런 일이 생기니 다소 당황해하시는 환자분.
하지만 flare up은 신경치료 후 생길 수 있는 일종의 알러지 반응이므로,
치료의 예후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환자분을 안심시켜 드리고,
초음파 세척으로 찬찬히 고름을 마저 빼낸다.
항생제 추가 처방 후, 일주일 뒤. 붓기는 거의 다 빠지고 통증도 다 사라졌다.
다시 한 번 신경관을 멸균하고, 고름이 다 빠졌음을 확인 후, 조심스럽게 신경치료를 마무리.
치아의 외형은 멀쩡하므로, 크라운을 안해도 치아 사용에 별 지장이 없을 것으로 판단.
다음 번 내원에, 레진코어만 하고 치료를 일단락 지었다.
앞니는 심한 손상이 없다면 굳이 크라운을 서둘러서 하지 않아도 된다 |
그 이후 꾸준히 정기검진으로 뿌리끝 염증의 경과를 체크하기로 했다.
3개월 뒤.
어느 정도 치유가 되고 있음이 확인된다.
가뜩이나 뿌리 주변 뼈가 다 녹을 정도로 심한 염증이고, flare up이 왔던 상황인지라,
뿌리염증이 잘 낫지 않을까 걱정하셨는데 다행히 잘 치유가 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시간이 더 흘러, 1년 뒤 정기검진.
CT를 찍어보니, 심한 뿌리염증이 이제 거의 다 치유되었음이 확인된다.
이제 그럴 걱정은 덜어놔도 될 듯.
epilogue : flare up에 대하여...
논문에 의하면, 신경치료 후 flare-up은
- 환자의 성별, 치아의 위치 등에는 관련없이 약 1.5%의 비율로 발생하며,
- 아래와 같은 상황일 때 발생률이 높아진다고 한다.
1) 재신경치료일 때
2) 뿌리끝 염증이 있을 때
3) 통증 등의 증상이 있어서 신경치료에 들어갈 때
4) 신경치료를 여러번 진행할 때
5) 남성보다는 여성에서 조금 더 많이 발생
- 원인은 활성화된 면역반응에 의한 알러지 반응으로 본다.
즉, 치료를 시작하면서 세균과 면역세포의 오랜 기간 휴전이 깨지고,
둘 사이의 격렬한 전쟁이 시작되면서 flare up이 발생하는 것이다.
결국, 술자나 환자의 잘못이라기 보다는, 확률적으로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다.
마치, 사랑니 발치 후 벌어질 수 있는 건성발치와 - 드라이소켓처럼(click).
다만, flare-up 발생의 위험성을 조금이라도 낮출 수 있는 방법은,
그나마 뿌리끝 염증이 심해지기 전에, 그리고 통증이 생기기 전에 치료를 받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flare up이 발생해도,
치아 내부의 압력을 해소해주고 약을 먹으면 대부분의 증상이 완화되므로,
치료를 받아서 아파졌는데, 치료를 또 받으면 더 아파지는 거 아냐? 하면서 치과 방문을 미루지 말고,
얼른 치과에 가서 응급처치를 받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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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의료법 제56조 1항의 의료법을 준수하여 치과의사가 직접 작성하였습니다.
실제 내원 환자분의 동의하에 공개된 사진이며,
동일한 환자분께 동일한 조건에서 촬영한 사진을 활용하였습니다.
치료 내용 : 신경치료, 레진코어
치료 후 생길 수 있는 부작용 : 재신경치료, 발치
치료기간 : 2023.09.22 ~ 2023.10.19
경과 체크일 : 2023.12.20, 2024.09.11
개인에 따라 진료 및 치료방법이 다르게 적용될 수 있으며,
효과와 부작용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 점을 안내드리고 동의하에 치료 진행합니다.
진료 전 전문 의료진과의 충분한 상담을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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