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물에 시리고 욱신거려요" - 치경부 마모, 치경부 우식 feat. 너무 늦었어요...
"치아 목부분에 패인 거 있으면, 전부 다 떼워주세요. 오늘 다 되나요?"
치경부 마모를 전부 다 치료해달라고 요청하시는 50대 남성분.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러시는 걸까?
약 2개월 전으로 거슬러 가보자.
Prologue
작년 가을. 건장한 남성분이 내원하셨다.
"왼쪽 아래가 찬물에 시리고, 뭔가 욱씬거려요."
충치로 인한 치수염이 의심된다.
진단 : 치경부 마모, 치경부 우식
말씀하신 부위를 보니, 왼쪽 아래 작은 어금니 두 개에서 치경부 우식이 보인다.
치식으로는 #34, #35. 심각해보인다.
이미 자발통까지 있으니 치수염은 시작됐다고 봐야된다.
진단을 위해 CT도 찍어본다. 하아....
CT 판독 결과 + 자발통 = 비가역적 치수염으로 진단.
혹시나 해서, 다른 곳을 보니, 위쪽 어금니에 전반적인 치경부 마모가 심하다.
오른쪽 위.
그리고 왼쪽 위..
하지만 이걸 치료하지 않고 계속 놔두면 #34, #35처럼 이렇게 되는 거다.
일단 통증이 심한 부위부터 치료를 시작하기로 한다.
비가역적 치수염으로 인한, 신경치료 후 크라운.
잇몸 아래 충치가 심해서, 크라운을 할 때 어려움이 예상된다.
치료 (1) : #35 - 신경치료
무통 마취 후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충치 제거를 살짝 했는데,
곧바로 신경이 노출된다. 역시나 치수까지 충치가 진행되어 있다.
신경치료 중 재감염을 막기 위해, 첫날 충치를 어느 정도 깨끗이 제거해야 한다.
입구 부분만 살짝 레진으로 막아놓고,
플라즈마 잇몸정리 모드. 지혈이 잘 돼서 편하다. |
잇몸을 미리 좀 정리해놔야 다음에 크라운 진행할 때 용이하다.
1회만에 신경치료를 끝낸다. 역시, 플라즈마 신경치료 모드 덕분이다.
일주일 뒤.
진정된 잇몸에 맞춰, 레진코어로 치아를 수복하고 프렙 후 구강스캔까지.
치아가 길어서 프렙이 힘들었다. ㅜㅜ
그리고 다시 1주 뒤, 크라운 셋팅.
잇몸이 아직 덜 아물었지만, 점점 깔끔해진다.
치료 (2) : #34 - 신경치료
이제 그 앞에 치아를 치료할 차례.
상황은 비슷한데, #34가 더 안 좋은 상태다.
충치가 잇몸 아래로 많이 더 많이 진행되어 있다.
무통 마취 후, 충치제거 시작.
잇몸은 최대한 안 건드리려고 했는데, 얘도 그냥 잇몸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게 좋겠다.
플라즈마로 잇몸도 정리.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충치와 잇몸을 정리하고, 지혈된 상태에서 레진으로 수복.
잇몸아 미안해... |
이제 신경치료를 시작.
역시나 당일발수근충으로 1회만에 신경치료 마무리.
오른쪽은 먼저 치료한 #35 |
일주일 뒤.
회복된 잇몸에 맞춰서 조금 더 다듬고, 레진코어. 프렙 후 구강스캔.
#35가 더 잇몸 상태가 안 좋다. |
그리고 다시 1주일 뒤, 크라운 셋팅.
아직 잇몸 경계가 살짝 덜 아물었는데, 이 정도면, 역시나.. 나중에 잘 회복될거다.
스포) 6개월 검진 때 보면, 잇몸 잘 차있음.
이제 양쪽 크라운을 실제로 사용해보면서, 불편감은 없는지 체크.
다행히 무척 편안해하셔서, 심한 치경부 우식의 신경치료 후 크라운은 잘 마무리 되었다.
epiliogue : 다수의 치경부 마모, 우식 - 레진치료
#34, 35는 잇몸의 회복도 체크해야 해서, 임시접착 기간을 조금씩 길게 가졌다.
경과 체크까지 포함해서, 별 불편없이 치료가 마무리 될 때 쯤...
환자분께서 먼저 말씀을 주셨다.
"전체적으로 치아 패인 곳이랑 잇몸 아래 상한 부분 있으면, 싹 다 치료해주세요. 오늘 다 되죠?"
하루에 다 치료는 어려울 것 같아서 이틀에 걸쳐 계획을 잡고, 치료를 시작한다.
오른쪽을 먼저.
다음 번에 왼쪽도 이어서.
이렇게 해서 총 7개의 치경부 마모, 치경부 우식을 전부 치료 받으셨다.
사실, 몇 개는 조금 더 지켜보면서 치료 시기를 결정해도 될 것 같았지만..
환자분께서는 이번 사태(?)를 겪고나니, 미리 치료를 받고 싶으셨단다.
이번에 신경치료를 받았던 #34-#35의 과거이며,
미래에 #34-#35가 될 수 있는 치아들의 위험을 미리 예방한 셈이다.
치경부 마모와 치경부 우식은 잘 보면 누구나 몇 개씩은 가지고 있다.
그런데 막상 시림이나 통증이 없다면, 치료를 맘먹기가 쉽지 않다.
(사실, 나도 지금 치경부 마모가 3개 있는데, 그냥 열심히 관리하면서 지내는 중이다.)
하지만 충치는 아주 심해지기 전까지 별다른 증상없이 진행되는 경우도 많다.(click).
딱히 증상이 없다면 당장 치료를 받아야 할 필요는 없겠지만,
최소한 내가 어떤 증상을 가지고 있고, 어떻게 될 수 있는지는 알면서 지내는 것은 중요하다.
그리고 당장 치료를 받지 않을 거면, 최소한 관리에 신경쓰면서 정기적인 검진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 이번 포스팅에서와 같은 사태(?)를 막을 수 있다.
이번 포스팅의 환자분도 몇 달만 더 일찍 오셨으면,
이렇게까지 심한 상태로 치료를 들어가지는 않았을텐데...
그러면 앞 단계의 치료로 마무리 될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하는 생각에 아쉬움이 남는다.
치경부 마모는 당장 치료를 받지 않더라도, 꾸준한 점검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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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의료법 제56조 1항의 의료법을 준수하여 치과의사가 직접 작성하였습니다.
실제 내원 환자분의 동의하에 공개된 사진이며,
동일한 환자분께 동일한 조건에서 촬영한 사진을 활용하였습니다.
치료 내용 : 신경치료, 레진코어, 크라운
치료 후 생길 수 있는 부작용 : 재신경치료, 발치
치료기간 : 2024.11.05 ~ 2025.01.07
개인에 따라 진료 및 치료방법이 다르게 적용될 수 있으며,
효과와 부작용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 점을 안내드리고 동의하에 치료 진행합니다.
진료 전 전문 의료진과의 충분한 상담을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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