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염증이 심해져서 상악동염 생김 - "그냥 놔둬도 된다고 했는데..." feat. 쇼생크 탈출 ep2
엑스레이에서 뿌리염증이 발견되면, 다 치료를 해야할까? 꼭 그렇지는 않다.
가능하면 빨리 치료가 필요한 경우는 다음과 같다.
1. 잇몸의 누공 - 뾰루지, 고름주머니(click)가 생김
2. 씹거나 건드릴 때, 혹은 가만히 있어도 통증(click)이 있음
3. 최소 3개월 이상 간격으로 찍은 엑스레이에서 염증이 커짐을 확인
- 종종 특별한 증상이 없이 조용히 진행되는 뿌리염증도 있으므로 (내향적인 I성향 치아),
- 확인된 뿌리염증은 정기적으로 엑스레이를 찍어보면서 염증이 커지는지 체크하면 좋은데,
- 그 전에라도 1번과 2번의 상황이 생기면 치료에 들어가는 것이 좋다.
이 포스팅은 3번의 상황에 관한 이야기이다.
작년 이맘 때쯤, 20대 여성분이 내원하셨다.
"위에 어금니 쪽이 가끔씩 잇몸이 붓고 아프다 말다 했는데, 어제부터 많이 아파요.
작년에 엑스레이에 뭐가 보이긴 했는데, 치료 흔적이라서 괜찮다고 했거든요. 그 치아 같아요"
아마도 애매해서 3번처럼 경과를 경과를 지켜보던 치아에서, 증상이 생긴 것 같다.
엑스레이 먼저 본다.
파노라마 사진에서는, 왼쪽 어금니(#27, 사진에서는 오른쪽) 뿌리쪽에 상악동염이 보인다.
뿌리쪽에 검은색으로 방사선 투과상이 보이고, 그 위로 두꺼워진 상악동 점막...
위쪽 어금니 뿌리염증의 쇼생크 탈출(click)이 벌어진 것 같다.
크라운의 상태는 나쁘지 않은 걸로 봐서, 원인은 치아 내부일 듯 하다.
뿌리 주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CT를 찍었는데, 하아... 심각하다.
뿌리 염증이 주변의 뼈를 심하게 녹여서, 뺨쪽벽의 치조골은 뚫리기 직전.
상악동의 상태도 마찬가지.
아슬아슬하게 남은 상악동 바닥의 치조골.. 그리고 두껍게 비후된 점막..
심한 뿌리염증에 통증까지 시작됐으니, 더 이상 치료를 미루면 안 될 것 같다.
그나마 아직 얇게라도 남아있는 치조골이 뚫리면 치유가 더 어려워 질 듯...
그래도 다행히,
1. 치아의 흔들림이 없고
2. 심한 치주염이 동반되지 않았으며
3. 치근파절의 증거가 보이지 않으므로,
재신경치료를 시도해 볼 수 있는 상황이다.
(그래도 안 되면, 발치나 재식술 등의 수술적인 치료를 고려)
마침 환자분께서도 간절히 재신경치료를 원하셔서, 치료계획 확정.
무통 마취 후, 크라운을 제거하고 신경관에 접근.
기존에 신경관을 채우고 있는 레진코어와 지피콘 +실러를 제거해야 되는데,
처음 신경치료를 엄청 꼼꼼하게 해놓으셔서, 제거하고 접근하기 힘들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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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뿌리끝까지 꼼꼼하게 근관충전을 해놓으셨다 |
아이러니하게도,
기존에 신경치료를 꼼꼼히 잘 해놓으셨을수록 재치료가 어렵다(click).. ㅜㅜ
신경관의 모양도 변이가 있다보니,
플라즈마를 썼음에도 재신경치료를 끝내는 데에 3회나 걸렸다.
이제 손상된 부위는 레진코어로 수복, pmma 크라운을 셋팅한 뒤에
최소 3개월 정도 경과를 지켜본 후에 발치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시간이 흘러...
1개월 경과 체크에서는, 이렇다 할 치유가 확인되지 않음.
그래도 염증이 심해지지는 않았음.
그래서 다시 3개월 뒤 경과 체크일.
괜찮으셨는지 여쭤보니,
"네, 통증도 없고 괜찮았어요. 단단한 거 씹어도 괜찮던데요?"
pmma 크라운으로 단단한 음식을 힘줘서 드시면 깨질 수 있다고 주의 말씀을 드린 뒤,
CT를 확인한다. 그리고 확인되는 놀라운 치유 양상!
- 먼저 뿌리 염증 : 뿌리 주변의 치조골이 많이 회복되었다.
특히 얇아졌던 뺨쪽의 치조골이 두껍게 재생되어서 정말 다행이다.
- 덩달아서 줄어든 상악동의 염증.
두껍게 부었던 점막은 거의 다 가라앉았고, 뿌리 주변의 뼈도 얌전하게 뿌리를 감싸게 되었다.
이제는 어느 정도 안심하셔도 되겠다는 말씀을 드리니, 무척 좋아하신다.
pmma 크라운 제거 후, 치아를 재스캔하고 지르코니아 크라운으로 교체.
치료요약 움짤
- 뿌리염증, 치조골 손상 : 잘 치유됨
- 치성 상악동염 또는 부비동염 : 같이 잘 치유됨
첫 정기검진 4개월 등록해드리면서, 치료를 마무리한다.
그래도 다행히 더 늦기 전에 치료를 받으셔서, 발치를 피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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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레이에서 뿌리염증이 확인되었을 때,
통증이나 잇몸 누공 등의 증상이 있으면 최대한 빨리 치료를 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아무런 증상이 없다면, 치료 여부를 결정하기가 무척 어렵다.
특히, '처음 뵙는 뿌리염증'의 경우에는 더 그렇다.
예전에는 더 컸던 뿌리염증이 현재 치유되면서 작아진 염증일 수도 있는 것이고,
심했던 뿌리염증의 치유 흔적이 상처처럼 남아있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크라운이라도 되어 있는 치아라면 크라운을 뜯고 치료에 들어가야 하는데,
치료 경과가 좋지 않다면... 얼마간이라도 더 쓸 수 있는 치아를 일찍 보내드린 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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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때 왜 그랬어..." |
다행히도 뿌리염증의 진행속도는 그렇게 빠른 경우가 드물다.
뿌리 염증을 확인했는데 아무런 증상이 없다면,
처음에는 3~6개월 정도의 간격으로 엑스레이를 찍어가면서 경과를 지켜보는 것이 좋다.
이렇게 '처음 뵙는 뿌리염증'에서 '종종 안부를 묻는 뿌리염증'이 되면
얘가 잘 크는지.. 아니면 다 컸는지.. 아니면 줄어드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으니,
어떻게 대해야 할지에 대한 올바른 판단이 설 수 있다.
얼마간이라도 더 같이 지낼지.. 아니면 보내줘야 할지...
예고편) 한동안 잠잠하던 뿌리염증이 어느 날 갑자기 통증을 호소하는데.... (아직 안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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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의료법 제56조 1항의 의료법을 준수하여 치과의사가 직접 작성하였습니다.
실제 내원 환자분의 동의하에 공개된 사진이며,
동일한 환자분께 동일한 조건에서 촬영한 사진을 활용하였습니다.
치료 내용 : 재신경치료, 레진코어, 크라운
치료 후 생길 수 있는 부작용 : 재신경치료, 발치
치료기간 : 2024.05.09~ 2024.10.17
pmma 경과 체크 기간 : 약 4개월
개인에 따라 진료 및 치료방법이 다르게 적용될 수 있으며,
효과와 부작용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 점을 안내드리고 동의하에 치료 진행합니다.
진료 전 전문 의료진과의 충분한 상담을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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