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아픈 앞니 잇몸 뾰루지 - 뿌리염증은 두 개지만, 한 개만 치료한 이유 feat. 둘 다 치유되니까
Intro : 뿌리염증이 두 개면, 치료도 두 개?
올해 초, 멀리서 종로까지 찾아오신 20대 여성분의 안타까운 사연.
"앞니에 뿌리염증이 두 개라서 둘 다 치료받아야 되는데,
잘못하면 둘 다 뽑아야 할 수도 있대요..."
말씀하신 부위를 보니,
- 잇몸에는 고름이 차서 커다란 뾰루지가 생겨있고,
- CT로 확인한 뿌리에는 확실히 치아 두 개 모두 뿌리염증이 보인다.
| #21, #22는 치식 - 치아에 매긴 고유 번호임 |
언뜻 보면, 두 치아 모두 문제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이렇게 붙어있는 뿌리염증의 경우에는, 꼼꼼한 감별진단이 필요하다.
염증이 두 개처럼 보여도, 실체는 한 개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여기서 진단을 잘못하면 억울한 치아에 불필요한 치료를 하게 되고,
- 반대로 진단을 잘하면 하나만 치료해도 둘 다 나을 수 있다.
진단 : 누가 범인인가
문제는 저 커다란 뿌리염증이 어디에서 시작됐는지를 찾아내야 한다.
가능성은 두 가지.
| 화살표의 방향이 고름이 퍼지는 방향 |
A : 각각의 치아에서 동시에 뿌리염증이 생겼을 수도 있고,
B : 하나의 치아에서 생긴 뿌리염증이 커지면서 옆 치아까지 퍼졌을 수도 있다.
그런데 #22치아를 보면,
저렇게 뿌리염증이 생길만한 원인 - 충치나 파절이 보이지 않는다.
(물론 앞니에 큰 충격을 받아도 신경이 죽을 수도 있지만, 그런 기억이 없다고 하셨음)
| 동그라미 친 치아가 #22 치아 |
이때, #22 치아에 ice test를 시행해보면 확신을 더할 수 있다.
얼음보다 차가운 냉각 스프레이를 작은 솜뭉치에 뿌려서 #22 치아에 갖다대보니,
아얏! 하고 시려하신다.
그렇다면 #22는 신경이 살아있을 수 있으므로, 굳이 신경치료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
#21 치아에서 생긴 뿌리염증이 #22 치아까지 퍼졌다는 잠정 결론을 내리고,
환자분께는 다음과 같이 설명드린다.
- #21 치아에서 생긴 뿌리염증이 커지면서 #22 뿌리 근처로 퍼진 것으로 보입니다.
- #21을 먼저 재신경치료 하고, 경과를 지켜보면서 #22 치료여부를 결정하면 어떨까요.
앞니 두 개 발치위험 진단을 받고 심란해하시던 환자분께서는 금세 치료 계획에 동의하셨고,
문제의 원흉으로 추정되는 #21 치아의 재신경치료에 들어간다.
치료 : 문제는 멸균이야
참고로, 앞니는 치료를 시작하는 날 임시치아를 바로 제작해야 해서 조금 더 손이 간다.
하지만 심한 뿌리염증의 재신경치료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뭐니뭐니해도 뿌리 내부의 확실한 멸균이다.
무통 마취 후, 크라운을 벗겨보니 아말감으로 코어가 되어 있다.
내부로 접근을 하자마자 새카맣게 오염된 재료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21이 문제인 건 알았지만, 아주 심각하다.
| 환자분의 말씀에 의하면 10년된 크라운이라고. |
뿌리끝에 접근하기 위해, 신경관 내부를 채운 재료들을 제거한다.
기구에 달라붙은 오염재를 거즈에 닦아가면서, 종이침(paper point)을 넣어 본다.
거즈에는 새카만 오염재가, 종이침에는 고름 섞인 삼출물이 묻어나온다.
| 오른쪽 사진의 화살표 방향 : 삼출물이 조금씩 줄어들기는 한다 |
플라즈마를 쓰면서 앞니의 재신경치료가 2회를 넘어가는 일이 매우 드문데,
이 케이스는 이례적으로 3회에 걸쳐 여러번 플라즈마를 조사하고 초음파 세척을 하고 나서야,
비로소 뿌리끝이 깨끗해졌다.
그리고 신경치료 마지막 날까지 누공이 사라지질 않아서 조금 불안했는데,
재신경치료를 마무리 하고, 일주일 뒤.
크라운 제작을 위해서 내원하신 환자분의 잇몸을 보니, 뾰루지가 깨끗이 사라졌다!!
| 1주일 전까지 건재하던 뾰루지가 감쪽같이 사라짐 |
좋은 느낌이 든다.
치료 중 잇몸의 뾰루지가 확연하게 줄어들거나 사라지면, 예후가 좋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 참고글 : "재신경치료를 해도 잇몸 뾰루지가 안 없어져요." feat. 누공이 생기는 이유, 안 아픈 이유
예쁘게 크라운 셋팅 후, 경과를 체크하기로 했다.
석 달 뒤 CT를 찍어서 염증의 크기를 비교해보면서,
- #21이 잘 치유되는지 확인하고
- #22를 치료해야하는지를 결정하기로 했다.
경과 체크 : 3개월 경과
석 달의 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뾰루지도 재발하지 않았고, 특별히 통증이나 불편함도 없었어요."
하지만 표정은 긴장되어 있으시다.
솔직히 경과를 체크할 때는 나도 긴장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이제 CT를 찍어, 같은 레이어로 뿌리염증을 비교해본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CT를 확인.
휴~ 다행히 뿌리염증이 상당히 줄어들었다.
| 검은색 = 염증 / 흰색 = 잇몸뼈 |
중요한 건, #22 뿌리 근처의 뿌리염증도 같이 줄었다는 점이다.
역시, 이 사태의 원흉은 #21 치아였던 것이 최종확인 되는 순간이다.
신경치료 후 1주일만에 감쪽같이 사라졌던 잇몸의 뾰루지는,
역시나 그 동안 재발하지 않고 건강한 잇몸을 유지 중이다.
| 흉터도 없이 깔끔하게 치유됨 |
CT를 보여드리며 뿌리염증이 잘 치유되고 있다고 말씀드리니,
"그럼 그 옆에 치아는 치료 안 해도 되는 거죠?"하신다.
계속 불안하셨나보다.
네, 옆에 치아는 건강한 상태라 치료가 필요 없다고 말씀드리니
그제서야 안심한 표정을 지으셨다.
이제 6개월 검진을 등록해드리면서,
두 개처럼 보였지만 한 개였던 뿌리염증 치료가 마무리 되었다.
Epilogue : 너무 빨리 포기하지 마세요
앞니 두 개를 발치해야 될 수도 있다는 진단을 받고,
놀란 가슴을 부여잡고 오셨던 환자분.
다행히 한 개 치아의 재신경치료만으로 무사히 위기를 넘기셨습니다.
만약 두 개의 뿌리염증만 보고 두 개 치아를 모두 치료했다면,
한 개의 자연치아(#22)가 억울하게 생활력을 잃을 뻔했습니다.
그리고 이미 신경치료가 된 치아의 뿌리염증은 치유가 어렵다고 재치료를 포기했다면,
한 개의 자연치아(#21)가 성급하게 발치 될 뻔했습니다.
신경치료든 발치든 결정을 내릴 때는 신중해야 합니다.
👉 참고글 : 발치 진단 받은 치아, 포기하기 전에 체크해야 하는 것 feat. 뿌리염증 (재)신경치료
제가 재신경치료를 신경치료만큼 많이 하다보니,
어떻게 알고 오셨는지, 이런 상태로 본원을 찾아주시는 분들이 종종 계십니다.
👉 비슷한 사례 : 이번에는 어금니에서 나란히 발견된 뿌리염증 두 개
| 링크 : 뿌리염증으로 어금니 두 개 뽑을 뻔... feat. 하나만 재신경치료 해도 둘 다 완치된 이유 |
앞니든 어금니든 꼼꼼한 진단과 치료를 받으면 잘 낫습니다.
CT와 임상검사로 치아가 살아날 수 있는 가능성을 꼼꼼히 체크하고,
뿌리 내부의 미세 신경관까지 꼼꼼하게 멸균을 해주면,
꼭 필요한 치료만으로 소중한 내 치아를 지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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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의료법 제56조 1항의 의료법을 준수하여 치과의사가 직접 작성하였습니다.
실제 내원 환자분의 동의하에 공개된 사진이며,
동일한 환자분께 동일한 조건에서 촬영한 사진을 활용하였습니다.
치료 내용 : 재신경치료, 레진코어, 크라운
치료 후 생길 수 있는 부작용 : 재신경치료, 발치
치료기간 : 2026.02.09~ 2026.03.03
개인에 따라 진료 및 치료방법이 다르게 적용될 수 있으며,
효과와 부작용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 점을 안내드리고 동의하에 치료 진행합니다.
진료 전 전문 의료진과의 충분한 상담을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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