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금니 사이에 음식물이 끼는데, 파내도 찝찝해요." feat. 뿌리 충치로 크라운 제거
"어금니에 음식이 껴서 계속 파냈는데, 점점 더 많이 끼는 것 같아요."
1년 만에 내원하신 70대 여성분.
차트를 보니 작년에도 같은 사연으로 내원하셔서 크라운 교체를 권유드렸으나,
일단 잘 빼내면서 조금만 더 써보겠다고 하시며 치료를 미루셨던 기록이 남아있다.
그런데 점점 음식물이 더 많이 끼면서, 이제는 못 참겠어서 치과에 오셨다고 한다.
그 당시 크라운 교체를 권유드린 이유는, 보철물 아래 생긴 뿌리 충치였다.
크라운 옆으로 음식이 끼면서 뿌리가 썩고 있었다.
새로 찍은 엑스레이를 보니, 1년 사이에 치근 우식이 더 심해져버렸다.
| 크라운 아래 검은색 부분이 1년 사이에 더 넓고 진해졌다 |
엑스레이에서 이 정도면, 잇몸에서 한참 아래까지 뿌리가 진흙처럼 삭아있을텐데...
그때 조금 더 강하게 권유를 드렸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후회가 든다.
하지만 본인이 극 F성향의 원장이다보니,
환자분께서 조금 더 써보시겠다는데 거기서 강하게 치료를 밀어붙일 수는 없었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환자분께 사진을 보여드리며,
이제는 진짜로 크라운을 교체하실 때가 되었다고 (조금 강하게) 말씀드렸다.
치료가 늦어진 만큼 더 고생이 되실거라는 얘기도 살짝 덧붙였다.
그리고 이번에는 순순히 치료 계획에 동의하셨다.
추가 진단, 치료 계획
크라운을 교체하기 전에 빠뜨리면 안 되는 단계가 있다.
CT를 찍어 뿌리 염증의 유무를 확인하는 일이다.
이 단계를 소홀히 하면, 만든 지 얼마 안 된 크라운을 또 뜯어야 할 수도 있다.
👉 참고글 : 오래된 크라운 교체한 지 1년 만에 뜯어낸 이유 feat. 잇몸누공, 뿌리염증 재신경치료
다행히 CT 판독 결과, 뿌리염증이 보이지 않는다.
일단 처음부터 재신경치료를 계획하지 않아도 된다. (변수가 있을 수 있음)
| 뿌리염증은 없지만, 잇몸뼈 아래까지 썩은 뿌리충치가 확인된다.. |
약간 특이하지만, 뿌리염증 체크를 위해 찍은 CT에서 뿌리충치가 보인다.
원래 CT에서는 금속 주변이 하얗게 번져서 충치 진단이 어려운데,
얼마나 심하게 썩었으면 이게 CT에서도 보일 정도다.
엑스레이에서는 저렇게 잘 보이지만,
눈으로 보면 심각성이 제대로 드러나질 않는다.
그런데 이 케이스에서는 변수가 하나 더 있었다.
바로 저 크라운이 옆에 치아랑 붙어있는 브릿지의 일부라는 거다.
원칙적으로는 저 두 개의 크라운을 다 제거하고 새로 제작하는 게 맞지만,
크라운 하나라도 남겨서 더 쓰고 싶어하시는 환자분의 의견을 반영하여,
중간에 크라운을 컷팅해서 한 개만 제거하기로 계획했다. (극 F성향...)
남겨둘 크라운 상태가 안 좋아보이면, 그때 제거를 고민하시기로.
자, 이제 치료를 시작할 차례다.
크라운 제거부터 들어간다.
치료 : 뿌리까지 수복
잇몸에는 미리 무통마취를 시행하고, 조심조심 크라운을 잘라낸다.
두 개가 붙어있는 splint 형태의 보철물이고,
그 중에 하나는 남겨야 하기 때문에 조금 더 신경써서 컷팅을 시작한다.
제거해야 되는 부분은 미리 잘라내고, 남겨놓을 부분은 조금 여유있게 절단.
이어서 연결부위를 조심조심 마저 제거한다.
옆에 남겨서 더 사용할 크라운이 다치지 않게 주의.
크라운 제거가 끝나고, 붙어있던 크라운의 나머지 한 쪽을 확인.
그래도 이 정도면 한동안 더 쓰셔도 될 듯하다.
| 저 금속부위는 나중에 폴리싱을 따로 해줘야 한다. |
자, 이제 뿌리충치를 제거할 차례다.
교합면에서부터 접근하려니 삭제량이 상당히 많아지는 것이 가슴아프지만,
충치를 확실하게 제거하려면 어쩔 수 없다.
| 잇몸 아래까지 한참 썩어있다. |
잇몸에 출혈이 생기면 충치 확인이 어렵기 때문에, 조심해서 충치를 마저 제거.
세균에 감염되어 진흙처럼 긁히던 치질은 다 제거됐다.
이제 소실된 부위를 온전히 수복할 차례.
플라즈마의 강도를 조절해서 잇몸을 절제하면 출혈이 거의 없는 얼마 간의 시간이 확보되는데,
이 시간을 이용해서 레진으로 코어를 만들어 주면 꼼꼼한 접착이 가능하다.
그리고 나서 잇몸의 하방으로 크라운이 감싸줄 수 있게 주변을 정리해주면 아래와 같이 된다.
| 마취 풀리면 잇몸이 아프실 수 있어서 약처방 해드림 |
굳이 잇몸 아래까지 치아를 다듬어주는 이유는,
치아 부분까지 크라운이 감싸줘야 탈락하지 않고 튼튼하게 잘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페룰 - Ferrule 효과라고도 한다.
그런데 이 상태로 스캔을 하고 보철물을 만들 수는 없다.
잇몸이 진정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일단 오늘은 손으로 만든 임시치아를 끼우고 귀가하셨다.
이렇게 첫날의 힘든 진료가 끝났다. 하지만 첫날의 진료가 거의 90%다.
정확하게 9일 뒤, 치아의 본을 뜨러 오셨다.
그 사이 잇몸은 잘 회복된 상태.
| 임시 접착 시멘트 제거하다가 잇몸을 건드려서 피가 살짝 났음.. (오른쪽) |
지혈 확인 후, 진정된 잇몸에 맞춰 구강스캔 진행.
그리고 5일 뒤에 크라운을 셋팅한다. (3일이면 제작 가능)
음식물이 끼던 크라운의 재보철이다보니,
임시셋팅을 하고 얼마 간 사용해보시면 어떻겠냐고 말씀드렸는데,
이미 임시 치아 상태로 지낼 때도 음식물이 확실히 덜 끼셨다면서,
그냥 세게(?) 붙여달라고 하셨다.
원하시는대로 크라운 영구접착하면서 몇 가지 당부 말씀을 드렸다.
- 이렇게 해도 음식물이 전혀 안 낄 수는 없어요.
- 어느 정도 끼는 건 있을 수 있겠지만, 전보다는 훨씬 제거가 수월할 거에요.
그리고 실제로 2주 뒤, 어떠신지 경과를 여쭤봤는데
"음식물이 조금씩 끼긴 하는데,
옛날처럼 안 빠지고 찝찝한 게 아니고 금방 빠져서 괜찮아요."
라고 하셨다.
다음 번 정기검진 등록 후 치료를 마무리했다.
1년 전에 치료 받으셨으면 지금보다 고생도 덜 하셨을텐데,
치료를 망설이시는 바람에 고생도 고생이지만, 치아 수명도 단축된 것 같아서 좀 아쉬웠다.
Epilogue
크라운을 새로 교체한다고 음식물이 전혀 안 끼는 것은 아닙니다.
자연치아든 보철치아든 치아 사이로 음식물이 들어가는 것은 정상입니다.
그런데 왜 불편함을 못 느낄까요?
그건 바로, 치아 사이에 들어갔던 음식물이 잘 빠지기 때문입니다.
결국 음식물이 자꾸 껴서 신경이 쓰이고 불편함을 느끼게 되는 이유는,
- '치아 사이에 음식물이 끼어서'가 아니라,
- '한 번 끼어들어간 음식물이 잘 안 빠져서' 입니다.
이번 케이스의 사진으로 한 번 확인해보시면,
크라운을 교체한 치료 후의 치아 사이 공간이 더 넓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환자분께서는 음식이 전보다 덜 끼고 편해지셨다고 하십니다.
그건 바로, 끼어들어간 음식물이 잘 빠져나가기 때문입니다.
치료 전, 음식물이 끼던 공간은 뿌리의 충치 때문에 생긴 결손 공간이었습니다.
| 왼쪽 사진의 화살표 부위 |
저기에 음식물이 끼면, 제대로 빠질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음식이 계속 찡겨(?)있으면 뿌리가 썩게 되고,
그럼 그 공간이 더 넓어져서 점점 더 음식이 많이 끼고, 또 안 빠지고 하는 악순환이 이어집니다.
이걸 해결하려면,
저 결손 부위를 온전히 수복하고 크라운을 덮어줘야 합니다.
그래야 음식물이 끼더라도 잘 빠져나가고, 일부 잔류 음식물도 제거가 수월합니다.
그러면 확실히 전보다 많이 편해집니다.
사실, 대부분의 정상적인 범위의 치아와 보철물은 이런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음식물이 전보다 많이 끼는데 제거가 잘 된다면 너무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자연스러운 노화의 과정으로 잇몸이 조금씩 퇴축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과정은 꾸준한 잇몸치료와 관리로 그 속도를 늦춰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음식물이 껴서 잘 안 빠진다면.. 치과에 가서 점검을 받아보셔야 합니다.
치아의 어딘가에 수복이 필요한 결손 부위가 생겼다는 위험신호일 수 있습니다.
치료 방법은 결손 부위가 생긴 원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 케이스처럼 크라운을 뜯어내는 힘든 과정 없이,
간단한 당일 치료만으로 해결이 가능한 경우도 있습니다.
👉 참고글 : 어금니에 음식이 끼는 증상을 간단한 레진치료로 해결한 케이스 소개
| 링크 : 갑자기 어금니에 음식이 끼는 다양한 이유 feat. 최소삭제 인접면 레진치료 |
핵심은 치아에 대한 관심입니다.
음식물이 껴서 제거가 잘 안 되는 상태로 오래 지내시면 점점 더 치료가 어려워집니다.
치아 사이 충치는 심해지고 잇몸과 잇몸뼈는 더 내려갈 수 있습니다.
왠지 전보다 음식물이 더 끼고 찝찝한 냄새까지 나는 것 같으시다면,
조금이라도 나은 상황에서 체크를 받아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소중한 내 치아를 지키는 골든타임은 내 치아에 대한 관심과 작은 의지에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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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의료법 제56조 1항의 의료법을 준수하여 치과의사가 직접 작성하였습니다.
실제 내원 환자분의 동의하에 공개된 사진이며,
동일한 환자분께 동일한 조건에서 촬영한 사진을 활용하였습니다.
치료 내용 : 크라운 제거 후, 레진코어 및 크라운 교체
치료 후 생길 수 있는 부작용 : 치아 및 보철물의 탈락 및 파절, 잇몸의 일시적인 출혈 및 통증
치료기간 : 2025.11.18 ~ 2025.12.02
개인에 따라 진료 및 치료방법이 다르게 적용될 수 있으며,
효과와 부작용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 점을 안내드리고 동의하에 치료 진행합니다.
진료 전 전문 의료진과의 충분한 상담을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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