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만 남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feat. 2년의 방심이 부른 파절 극복 스토리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진료실. 

이제 크라운 셋팅만 하면 힘들었던 신경치료가 일단락 된다. 

조심조심 임시치아를 벗기려는데, 뚝! 소리와 함께 부러진 어금니... 헉! 

치경부 우식으로 신경치료를 했지만 부러진 어금니 사진
본문의 예고편

고름이 차서 퉁퉁 부었던 잇몸은 신경치료 후 진정됐지만, 

부러진 치아는 뿌리만 덩그러니 남아버렸다. 

누가 봐도 발치 후 임플란트가 예상되는 상황. 

이걸 어떻게 살려내지... 


2년의 방심이 부른 대참사, 

포스트까지 동원해야 했던 해피엔딩의 기록을 시작하겠다. 



Prologue 

이 케이스의 주인공은, 어릴 때 우리 옆집에 사셨던 동네 어르신이시다. 

개원 후 꾸준히 치과를 찾아주시는데, 일부러 멀리서 찾아주시는 고마운 분. 

그런데 주로 불편할 때만 오신다. 


2023년 2월 20일

"요새 왼쪽 위에가 물 마시면 조금 애려..." 

"어? 이거 치아의 목부분이 패여서 음식물이 고여갖구 썩기 시작했어요."

치경부 충치가 시작된 어금니의 파노라마 사진과 구강카메라 사진

뭐라도 떼우셔야 될 것 같다고 말씀드렸으나, 괜찮다고 스켈링만 받고 가심. 


2024년 5월 21일

스켈링 받으러 내원하셨는데, 그 치아의 충치가 더 심해졌다. 

"지난번에 왼쪽에 애리시다는 거, 더 심해진 것 같은데.. 이거 이제는 치료 받으셔야겠어요."

"아플 때까지 버텨볼게, 내가 살면 얼마나 더 살겠어."

치경부 충치가 심해진 어금니의 파노라마 사진과 구강카메라 사진

의료보험이 적용되는 GI라도 떼우실 것을 권유드렸으나, 다음에 하시겠다고 말씀하심. 


2025년 6월 26일 : 첫번째 참사 발생

평소와 다르게, 예약도 없이 갑자기 오셨다. 

"그때 거기가 아파..." 

치경부 충치가 심해져서 치수괴사가 온 어금니의 파노라마 사진과 구강카메라 사진
잇몸부터 얼굴까지 땡땡 부어서 오셨다.. ㅜㅜ 

아이고 어르신..... 

파노라마 사진을 보니 치아의 목부분 - 치경부 우식으로 어금니가 부러지기 직전이고, 

퉁퉁 부은 잇몸을 보니 치수가 이미 죽은 지 오래돼서 뿌리에 염증까지 생긴 상태다. 

그때 더 강하게 말씀드릴걸.... ㅜㅜ 


치료 :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아야 됨

치료방법은 똑같다 - 신경치료 + 레진코어 + 크라운. 

그런데 그 과정에 험난함이 예상된다. 치아가 부러질 것 같다. 

이 부분은 치료가 끝날 때까지 계속 신경써야 한다. 


D - Day : 원데이 신경치료, 부분 레진코어 

그래서 무통 마취 후, 상한 부분의 제거부터 시작한다. 

충치 제거 과정을 왼쪽부터 오른쪽 사진으로 정리해봤는데, 

치경부 우식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껍질만 남은 어금니
그래도 저거라도 남겨보겠다고 신경을 많이 썼다..ㅜㅜ

치아의 뼈(?) 껍질(?)만 앙상하게 남아서 조금 이상한(?) 모양이 되어버렸다. 


일단은 저 상태에서 어떻게든 신경관을 찾아, 하루만에 신경치료를 마무리. 

당일발수근충을 완료했다. 

이럴 때 플라즈마가 있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플라즈마 신경치료
[클릭] 플라즈마 신경치료가 궁금하시다면? 


근데 이대로 집에 가시면 물 마시다가도 부러질 것 같아서, 

삭제된 부분만 레진으로 긴급 수복했다. 

치경부 우식 치아의 신경치료 후 코어까지 수복한 사진
왼쪽 : 부어있는 잇몸 // 오른쪽 : 실러가 조금 넘쳤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 녹는다. 


D +  7 days : 레진코어, 크라운 프렙

다행히도 신경치료 후 잇몸의 붓기는 상당히 가라앉으셨다. 

이제 신경관 접근 부위에 조심조심 레진코어로 내부를 다지고, 크라운 프렙 후 구강스캔. 

치아의 남은 부분이 너무 없다보니, 잇몸을 조금 잘라냈다. 

이래야 크라운이 치아를 감싸서 잘 붙어있을 수 있다. (페룰 - ferrule 효과)

치경부 우식이 심한 치아를 신경치료하고 레진코어 후 크라운프렙한 사진
오른쪽 사진을 보면, 오렌지색 부분이 간신히 남아있는 치아부분이다. 

잇몸이 아프실 수 있어서 약을 처방해드렸다. 


D +  9 days : 두 번째 참사 발생

우리 치과는 2~3일만에 크라운 제작이 가능하다보니, 최대한 빨리 셋팅일을 잡았다. 

그 사이 부러질까봐 걱정이 됐지만, 다행히 반대편으로만 식사해서 괜찮으셨다.

반짝반짝 만들어진 지르코니아 크라운을 준비하고, 셋팅을 위해 임시치아를 벗기는데.. 

툭! 어라? 힘없이 부러지는 어금니......

치경부 우식 치아의 신경치료 후 크라운 셋팅 도중 부러진 상황
머릿속이 하얘짐


잠시 생각을 정리해봤다. 

- 지금 안 부러지고 셋팅이 됐으면, 조만간 식사하시다가 부러졌을 거고.. 

- 그러면 삼키셨을 수도 있고, 안 삼켜도 또 내원을 하셔야 했으니.. 

차라리 지금 부러진 게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문제는 이걸 살려 쓸 수 있느냐다. 

어르신을 앉혀드리고 자초지종을 설명드린다. 

"내가 살아야 얼마나 산다고, 그냥 뽑지 말고 밥만 먹게 해줘.." 

(대충 살려내라는 말씀)


살려야 한다! 

방향이 정해졌으니, 빠르고 확실한 실행이 필요. 

이번에는 평소 잘 안 쓰던 포스트(post)도 넣고, 잇몸도 더 아래까지 다듬었다. 

부러진 어금니를 살리기 위해 포스트를 넣고 치은절제술 후 레진코어를 하고 크라운 프렙까지 한 사진


내가 포스트(post)를 별로 안 좋아하는 이유는 재치료가 어려워지기 때문인데, 

- 참고글 링크 : 포스트 제거 후 플라즈마 재신경치료 후기 feat. 포스트 제거 과정 (click)

이렇게 더 이상의 재치료가 없을 것 같은 치아는 포스트를 넣는다. 

추가로 잇몸도 한층 더 아래까지 다듬어서, 크라운이 치아를 더 많이 감쌀 수 있게 했다. 

(다른 말로 페룰 - Ferrule을 확보한다고 한다.)


D +  11 days : 치료의 일단락

역시, 제일 빠른 제작 일정으로 이틀 뒤 크라운 셋팅 약속을 잡았다. 

떨리는 마음으로 임시치아를 제거. 

다행히 잘 제거됐다. 

다시 보니, 확실히 지난번보다 잇몸이 더 많이 정리된 모습이다. 

부러진 어금니에 포스트를 넣고 치은절제술을 시행한 뒤 일주일이 지나 잇몸이 조금 진정된 모습
그래도 그 덕분에 페룰(ferrule)을 더 확보할 수 있었다. 

크라운을 살짝 껴보는데, 잇몸에 닿으니까 조금 아파하신다. 

"어쩔 수 없이 잇몸을 잘라서 그래요. 이거 잇몸 진정되시려면 2주 정도 걸리실 거에요." 

"그럼 참아야지." 


무사히 크라운을 셋팅하고 교합조정까지 완료. 

헐어있는 잇몸에 조금 마음이 송구했지만, 

살을 주고 뼈를 취해야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부러진 어금니의 포스트 코어 후 크라운을 셋팅했는데, 치은절제술의 후유증으로 잇몸이 헐어있음
오른쪽 사진을 보면 잇몸이 많이 헐어있다. 


이제 조심조심 부드러운 것 위주로 식사하시면서 경과를 지켜보시기로 했다. 

배웅해드리는 길에, 

단단한 거 드시면 부러질 수 있으니 힘줘서 식사하는 건 자제해달라고 당부를 드렸다. 

"응, 알았어. 수고했네~" 손을 흔들며 나가셨다. 

그리고 한동안 오지 않으셨다. 



그리고 8개월 뒤 : 해피 엔딩

진료실에서 진료를 일단락 짓고 일어서는데, 데스크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어르신이 오셨구나. 

약속도 없이 갑자기 오셨다면, 어딘가 불편하시다는 건데.. 그 치아가 부러진 건 아닐까... 

티내지 않고 느린 걸음으로 데스크에 간다. 

"왼쪽 위에는 좀 어떠셨어요?"

"어, 거긴 괜찮아. 오늘은 다른 데가 불편해서 왔어." 

다행이네요.. 


8개월이 지난 현재, 

다듬었던 잇몸은 완전히 다 회복되었고 뿌리염증도 재발없이 잘 나아있었다. 

부러진 치아의 치료 후 8개월 경과 체크에서 잘 치유됨을 확인

이 이야기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되었다. 

그리고 이번에 오셨던 불편한 부위는 또 다른 이야기에서 소개하겠다. 



치료 요약 : 뿌리만 남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 2년간의 방심으로 치아가 부러져서 뿌리만 남았지만, 다행히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치경부 우식으로 치수가 괴사되고 파절된 어금니의 신경치료 후 포스트, 레진코어, 크라운 치료 과정을 요약한 사진

- 심한 뿌리염증도 다행히 잘 나으심. 

- 8개월 경과체크 상태 양호하심. 


epilogue : 방심이 부른 비극  

이런 일을 겪고 나면, 

치료가 필요할 때 조금 더 강하게 나가야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가뜩이나 저는 F 성향인지라 치료 계획을 세울 때 환자분의 의견을 많이 존중하는 편입니다.

 - 참고글 : 어금니 양쪽으로 생긴 치아사이 충치 - 인접면 레진으로 가능? feat. F성향 치료 계획


하지만 의사가 치료를 권해드릴 수는 있어도, 억지로 치료를  받게 할 수는 없습니다. 

치료의 필요성을 설명드려도, 결국 치료를 결정하는 것은 환자 본인의 몫입니다. 

이런 환자의 결정을 존중하고, 원하시는 진료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술자의 몫인 것 같습니다. 


부러진 치아를 보여드리며 이제는 발치를 하셔야겠다고 말씀드릴 수도 있었지만,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라고 한 번 더 의향을 여쭤봤습니다. 

"그냥 밥만 먹게 해줘"

술자를 믿고 맡길테니 좋은 치료를 해달라는 어르신의 마음. 


이런 믿음에 부응하기 위해, 다소 과감한 결단을 내렸습니다. 

부러진 치아에 기둥(포스트)을 세우기 위해 뿌리에 정교한 홈을 파내고,

크라운이 치아를 조금이라도 더 많이 감싸도록 잇몸을 크게 잘라냈습니다. 

원하시는 진료에 최선을 다한 결과가 해피엔딩이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치료 결과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으니까요. 

그래도 이렇게 믿고 맡겨주시는 분들을 위해, 매순간 최선을 다하며 노력합니다. 


이번 포스팅은 친한 어르신의 스토리인지라, 

임상 사진이 적고 감상적인 문구가 많이 들어간 글이 되어버렸습니다. 

감안해서 읽어주세요. 



글을 읽으시면서 본인의 증상과 유사하다고 느끼셨나요? 

혹시라도 궁금하신 점이나 문의사항 있으시다면 아래 링크 클릭해주세요. 

🦷 "내 치아 정말 뽑아야 할까?" 자연치아 보존치료 상담 및 예약

(※ 최상의 진료 퀄리티와 엄격한 시간 준수를 위해 1인 1타임 집중진료로 운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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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의료법 제56조 1항의 의료법을 준수하여 치과의사가 직접 작성하였습니다.

실제 내원 환자분의 동의하에 공개된 사진이며,

동일한 환자분께 동일한 조건에서 촬영한 사진을 활용하였습니다.

치료 내용 : 재신경치료, 레진코어, 크라운

치료 후 생길 수 있는 부작용 : 재신경치료, 발치

치료기간 : 2025.06.26~ 2025.07.05

경과체크일 : 2026.03.16

개인에 따라 진료 및 치료방법이 다르게 적용될 수 있으며,

효과와 부작용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 점을 안내드리고 동의하에 치료 진행합니다.

진료 전 전문 의료진과의 충분한 상담을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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