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운에서 냄새가 나요" - 안 아파도 크라운을 벗겨봐야 하는 이유 feat. 실제 케이스 2개

최종 수정일 : 2026.02.09


오래된 크라운이나 브릿지에 문제가 생겼음을 알려주는 가장 흔한 신호가 있다. 

바로 냄새다. 

최근에 크라운 주변에서 찝찝한 맛이나 냄새가 난다면, 아프지 않아도 치과에 가는 게 좋다. 

단순히 치태나 음식물이 껴서 나는 거라면 다행이지만, 

크라운 아래로 치아가 상하면서 냄새가 나는 거라면 발치를 걱정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후자의 경우에 해당하는 실제 케이스 2개를 포스팅하고자 한다. 


Case 1 : 생존? 사망? 

Prologue

약 4년 쯤 전, 60대 중반이 되신 은사님께서 내원하셨다. 

내 결혼식에서 주례를 해주신 고마운 분이시다. 

"크라운에서 냄새가 난 지 좀 돼서, 한 번 봐주면 좋겠네."


오래된 크라운 내부의 치아는 슈뢰딩거의 고양이다. 

크라운을 뜯어보기 전에 치아의 상태는 확률과 파동으로서만 존재하며, 

크라운을 뜯고 치아 상태를 확인해야만 그 실체를 갖는다. 

??!!


그 중에서도 브릿지로 연결된 크라운은, 어금니의 생존확률을 팍 떨어뜨린다. 

제발 브릿지만은 아니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파노라마 사진을 봤지만, 하... 길게 연결된 브릿지다. 

신경치료는 되어 있지 않다. 

오래된 브릿지 아래 충치가 의심되는 파노라마 사진


브릿지가 왜 더 심란한지 간단하게만 이야기 해보자면. 

한 개짜리 크라운은 혼자 있어서 탈이 나면 치아가 흔들리게 되는데, 

브릿지는 옆치아랑 묶여있어서(splinted), 탈이 나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흔들림이 없으니 불편감도 적어, 문제가 뒤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치아별로 조금씩 동요도의 차이가 있다보니, 

일부 치아에서만 접착용 시멘트가 많이 녹아 탈이 나는 경우도 있다. (예고편 : Case 2) 

이래저래 브릿지는 정말 부득이한 경우에만 하는 게 좋다. 


진단 및 치료 계획 : 발치? 크라운 재제작? 

크라운이 브릿지의 일부라서 발치 가능성이 훨씬 높아졌지만, 

발치 확정을 짓기 위해서라도 저 브릿지를 제거해야 한다. 


무통 마취 후, 크라운을 제거했다. 

치아의 머리가 없다. 아니, 있다. 아주 조금. 

냄새나는 크라운 제거 후 내부가 심하게 상한 것이 확인됨
크라운 아래로 심하게 썩은 치관

이 어금니는 살아있는 걸까, 죽어있는 걸까. 

크라운을 열어 직접 눈으로 봐도 모르겠다. 

신기한 건, 저렇게 될 때까지 하나도 안 아프셨다는 거. 


이쯤되면 어금니의 발치 - 사망선고를 내려야 할 것 같지만, 

확신을 가지기 위해 상한 부분을 조심조심 더 걷어낸다. 

오래된 크라운 제거 후 심한 충치를 제거한 사진
그래도 치아의 일부 벽이 살짝 남아있다


썩은 부분이 툭툭 떨어져 나간다. 화석을 발굴하는 기분이다. 

여기서 더 걷어내면 남아나는 게 없을 듯할 때까지 제거를 이어갔다. 

잠시 후, 선생님을 일으켜 세워드리고 사진을 보여드린다. 


"선생님, 온전히 남은 부위가 너무 없어요. 

 열심히 수복해서 크라운을 다시 하는 것이 아주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얼마 못 가서 탈이 날 것 같습니다." (대략 사망했다는 말)


"불가능하지 않다면, 시도해 주세요.  

 탈이 나서 뽑게 돼도 원망하지 않을게요." (대략 치료를 원한다는 말)


난감하다. 

사실, 나도 치아를 뽑는 것보다는 어떻게든 살려서 쓰는 걸 선호하지만 이게 가능할까. 

마침 은사님의 간절함 바람도 있으니, 일단은 발치 전 가능한 치료로 가닥을 잡는다. 

마음을 먹었으면, 최선을 다해서 임해야지. 


치료 : 원데이 신경치료 + 포스트 + 크라운 

일단은 신경치료부터 시작한다. 

신경치료 기간이 길어지면 부위가 추가 파절 위험도 있으니, 최대한 빨리 집중해서 끝내야 한다. 


그래서 1회만에 끝냈다. 플라즈마 신경치료. 

크라운 재제작을 위해 신경치료를 1회만에 완료함
다행히 신경관이 막혀있지 않아서, 원데이 신경치료 완료

4일 뒤. 

치아 머리의 상한 부위를 마저 제거하고, 코어로 수복해야 크라운을 씌울 수 있다. 

상한 부위를 정말 조심조심 제거한다. 

오래된 크라운 교체를 위해 신경치료 후 상한 부위를 조심해서 제거 중
흔들리는 초점.. 떨리는 것은 카메라인가 내 마음인가

아무리 봐도, 이대로는 크라운이 붙어있을 수가 없다. 

조금이라도 페룰(ferrule)을 더 얻을 수 있게 잇몸을 살짝 내려주고, 

조금이라도 레진코어가 잘 붙어있으라고 포스트도 넣고, 그 위에 레진코어를 정성껏 쌓는다.  

오래된 크라운 재제작을 위해 충치 제거 후 레진코어로 수복
치아가 조금씩 모양을 갖춰간다

잇몸이 어느 정도 아물어야 거기 맞춰서 보철이 들어갈 수 있으니, 

오늘은 손으로 임시치아를 만들어서 끼워드린다. 

잇몸이 아물 때까지 충분히 기다리기는 동안 브릿지의 나머지 부위 치료를 진행. 


2주가 지났다. 그 사이 잇몸이 잘 회복됐다. 

오래된 크라운 제거 후 임시치아 셋팅
노랗게 변한 임시치아. 카레를 드셨다고 하신다. 


이제 깔끔해진 잇몸에 맞춰서 구강스캔을 하고, 

1주 뒤 새로 만든 지르코니아 크라운을 셋팅. 

냄새나는 오래된 크라운 제거 후 신경치료, 레진코어 과정을 거쳐 지르코니아 크라운 셋팅
그 사이 앞쪽에 치아가 없던 부위는 임플란트를 식립했다. 

이제 어느 정도 일은 할 수 있을 것 같아보이는 어금니 크라운. 

내눈에는 괜찮아 보이는데, 은사님은 어떠실까. 

"수고많았어요. 역시, 하면 되는군요. 이제 잘 써볼게요." 다행히 만족하신다. 


어찌어찌 크라운 재제작 단계까지 완료했지만, 

이렇게 살려낸 크라운을 얼마나 오래 사용하실 수 있을지는 또 다른 문제다. 

혹시 몇 달만에 똑 부러져서 오실 수도 있으니, 

힘줘서 단단한 음식 드시는 건 자제해주시고, 꾸준한 정기점검을 당부드리면서 

오래된 크라운 교체 치료를 일단락 지었다. 

당장 식사에는 지장이 없으셨지만, 얼마나 사용하실 수 있을까....


치료 요약 : 치료 과정을 모은 움짤 1~6

- 오래된 크라운 아래로 심하게 썩어 있었는데, 다행히 한 번 더 크라운 해서 잘 사용하게 되심

냄새나는 크라운 제거 후 재보철을 진행한 과정의 움짤
슈뢰딩거의 어금니 - 일단은 생존 판정



경과 체크 : 그 이후 4년... 

이렇게 교체한 크라운 나이도 4살이 넘어간다. 


크라운 재제작 후 4년 경과를 보여주는 파노라마 움짤 사진
브릿지가 임플란트 + 크라운으로 바뀌었다.

2026년 1월 현재, 지금도 꾸준히 정기점검을 받으시면서, 잘 사용하고 계신다. 

처음 1~2년은 점검 오실 때마다 불안했다. 솔직히 이렇게 잘 쓰실 줄은 예상 못했다. 

여쭤보니 치간칫솔도 매일 쓰시면서 관리에 각별히 신경쓰고 계신다고 한다. 

나름 해피엔딩. 

하지만 모든 경우가 이렇게 해피하게 마무리 되지는 않는다. 


Case 2 : 사망 판정 

안타까운 사연이므로 짧게 정리하고자 한다. 


2년 쯤 전, 

역시나 오래된 크라운에서 냄새가 나신다며 우리 병원에 내원하신 70대 어르신. 

크라운 냄새도 비슷하고, 브릿지인 점도 비슷하고.. 심지어 위치도 비슷하시다. 

그런데 엑스레이에서 크라운 아래 경계 부분의 검은 선이 훨씬 넓고 진하다. 

냄새나는 크라운의 경계로 치아가 많이 상해보이는 파노라마 사진과 구강카메라 사진
왼쪽 사진에서 크라운 아래 검은선이 넓고 진하다. 

크라운 아래로 탐침을 넣어보니 탐침이 쑥 들어간다. 크라운 내부가 텅 빈 느낌. 


크라운을 제거한 뒤에 상태를 보고 치료 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원래는 2개짜리 브릿지를 다 제거하는 게 원칙이겠지만, 

앞에 크라운을 조금이라도 더 쓸 수 있도록, 문제가 된 크라운만 분리해서 제거한다. 


긴장되는 마음으로 크라운을 분리해보니, 헐...

냄새가 나는 크라운을 제거하니, 치아의 머리가 다 녹아있는 모습
치아의 머리가 사라졌다

치아의 머리가 싹 다 녹았다. 이래서 브릿지가 무서운 거다. 

크라운 아래 치아가 저렇게 싹 녹아버렸지만, 

옆의 크라운과 단단하게 연결되어 있으니 흔들림도 없고 별 불편함을 못 느끼고 계셨던 거다. 


미련을 못 버리고 PA 사진을 한 번 찍어본다. 

오래된 크라운 제거 후 심한 손상을 확인한 엑스레이 사진, 발치 판정
더군다나 신경치료까지 되어 있어서 더 감각이 둔해져 있던 것 같다. 


말없이 두 장의 사진을 보여드리니, 어르신께서도 고개를 끄덕거리신다. 

동의를 얻어 발치를 시행. 석달 후에 임플란트를 심어서 지금까지 잘 쓰고 계시긴 하다. 

크라운 제거 후 뿌리만 남은 치아 자리에 임플란트를 식립한 사진

그나마 다행인 건, 2개 크라운이 연결된 브릿지에서 앞의 크라운은 살릴 수 있었다는 점. 

하지만 이것도 더 늦었으면 장담할 수 없었다. 

크라운 재도전의 기회를 더 빨리 선택하셨다면, 뒤의 치아도 다시 크라운을 할 수 있었을까? 

반대로 크라운 재도전의 기회를 더 늦게 선택하셨다면, 앞의 치아도 크라운을 제거하게 됐을까? 

알 수 없다. 

하지만 늦으면 늦을수록 그 확률이 높아지는 건 확실하다. 


Epilogue

크라운을 씌운 치아가 아프거나 뿌리염증이 생기면, 치료를 위해 크라운을 벗겨내야 한다. 

이렇게 되면 크라운의 교체가 자연스럽게 뒤따르게 된다. 

크라운 씌운 치아가 심하게 아파 크라운을 제거하고 신경치료를 했던 케이스의 치료과정 움짤
참고글 : 크라운에 혀만 대도 아파요 - 플라즈마 신경치료 feat. 크라운 교체 시기

그런데 딱히 아프지도 가렵지도 않으면, 굳이 크라운을 교체할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러다보면 이번 포스팅의 사례들처럼 위태로운 상황이 닥치기도 한다. 

그래서 평소 꾸준한 치과 점검으로 크라운에 탈이 나지는 않았는지 확인을 해봐야겠지만, 

아래과 같은 신호가 있으면, 크라운 얼른 치과에 가보는 것이 좋다. 

1. 냄새 

 - 본문의 Case 1, 2 

2. 크라운 아래 충치가 보임  

 - 크라운 아래 충치가 눈에 보인 덕분에 제때 크라운을 교체할 수 있었던 Case 

앞니 크라운 아래 충치가 보여서, 크라운을 재제작한 케이스의 치료 과정 움짤
링크 : 앞니에 검은 게 보이는데, 그냥 떼워만 주세요 feat. 앞니 크라운 교체시기


크라운은 자연치아에 할 수 있는 마지막 단계의 치료다. 

크라운이 불가능해지면 발치를 할 수밖에 없다. 

다행인 건 크라운에 탈이 나도 재도전 - 제거 후 새로 제작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점이고, 

불행인 건, 이 재도전의 시기를 알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크라운을 벗겨보기 전에는 그 안이 어떤 상태인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재도전 시기에 늦으면 크라운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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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의료법 제56조 1항의 의료법을 준수하여 치과의사가 직접 작성하였습니다.

실제 내원 환자분의 동의하에 공개된 사진이며,

동일한 환자분께 동일한 조건에서 촬영한 사진을 활용하였습니다.

Case1 치료 내용 : 신경치료, 크라운

치료 후 생길 수 있는 부작용 : 재신경치료, 발치

치료기간 : 2022.08.01~ 2022.08.30

경과체크일 : 2024.07.15 / 2026. 01.29

Case 2 치료 내용 : 발치, 임플란트

치료 후 생길 수 있는 부작용 : 임플란트 제거

치료기간 : 2024.01.12~ 2024.07.19

개인에 따라 진료 및 치료방법이 다르게 적용될 수 있으며,

효과와 부작용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 점을 안내드리고 동의하에 치료 진행합니다.

진료 전 전문 의료진과의 충분한 상담을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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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하신 점이 있으면 아래 링크로 문의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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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이 포스팅은 2026년 2월 9일 업데이트 되었습니다. (치료 경과, 예후, 링크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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