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금니에 혀만 대도 아파요" - 10년 된 크라운, 뿌리충치로 발치 위기 feat. 플라즈마 신경치료
Intro
"크라운에 혀를 살짝 대기만해도 너무 아파요."
크라운을 씌운 지 10년이 넘은 어금니의 통증을 호소하며 내원하신 30대 남성분.
눈으로 보면 멀쩡한 금니인데, 살짝만 건드려도 소스라치게 아파하신다.
도대체 저 크라운 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이럴 때는 크라운의 주변 체크를 먼저 한다.
크라운 경계를 따라 조심조심 탐침으로 확인하는데, 앗!
갑자기 기구가 쑥! 하고 안으로 들어간다. 저 부위는 텅 비어있다는 의미다.
| 눈으로 보기도 어렵지만, 본다 해도 발견이 쉽지 않다. |
이렇게 오래된 크라운의 경우,
크라운의 경계 아래로 접착제가 녹거나 음식물이 끼면서 치아 부분이 썩을 수가 있다.
그런데 보다시피 크라운 하방의 충치는 미리 발견하기가 참 어렵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가 심한 통증 / 냄새 / 음식물 끼임 등으로 치과를 찾는 경우가 많은데,
뒤늦게 발견됐을 때는 이미 심각한 상황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이런 과정을 거쳐 뿌리까지 썩어서 발치 위기에 처했던 어금니의 치료 과정을 통해,
크라운을 교체할 때 꼭 챙겨야 하는 점들을 같이 살펴보겠다.
진단 : 치근우식 + 뿌리염증 + 상악동염
크라운을 씌운 치아에 통증이 생기면,
해당 치아가 신경치료를 받았는지부터 살펴야 한다.
파노라마 사진을 보면 문제의 치아(B)는 신경치료를 받지 않은 것이 확인된다.
| A : 신경관에 하얀색 충전물이 보인다 = 신경치료를 받았음 |
이미 크라운 제거가 예상되는 상황이라, 치아의 내부 상태 파악을 위해 CT도 찍어본다.
크라운을 교체할 때 이렇게 CT를 찍어보는 과정은 무척이나 중요하다.
치근의 파절이나 천공은 물론 뿌리 주변의 상태까지 체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단, CT에서 크라운을 씌운 어금니의 뿌리충치(치근우식)가 확인된다.
| 오른쪽 CT 사진의 검은 부위에서 뿌리충치를 확인 |
원래 CT에서는 크라운 주변이 하얗게 번져서 나오기 때문에 그 주변 충치는 진단이 어려운데,
이 경우는 워낙 심한 결손이라 크라운 주변임에도 충치가 확인될 정도다.
그 뿐만이 아니다.
뿌리주변의 염증과 그로 인한 치성 상악동염까지 확인된다.
| 동그라미 : 뿌리염증 / 세균표시 : 감염된 상악동 |
치근우식 + 뿌리염증 + 상악동염 ... 트리플 크라운 달성이다. ㅜㅜ
이쯤되면 발치를 걱정해야 될 상황.
하지만 심한 뿌리염증이라도 발치 결정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
👉 참고글 : 발치 진단 받은 치아, 포기하기 전에 체크해야 하는 것 feat. 뿌리염증 (재)신경치료
우선은 환자분께 현재 상황을 찬찬히 말씀드리고,
가능하면 신경치료 및 크라운 수복으로 치아를 보존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세웠다.
이번 케이스에서 제일 중요한 포인트는,
뿌리에 생긴 충치가 어디까지 진행되었느냐다.
치료 : 살을 주고 뼈를 취하다
충분히 마취가 되었음을 확인하고, 조심조심 크라운을 벗겨냈다.
드디어 드러나는 크라운의 속사정.
탐침이 쑥 들어갔던 자리는 이미 심하게 썩어서 텅 비어있었다..
| 저기로 탐침이 쑥쑥 들어갔다 |
이제 신경치료를 위해 신경관에 접근하면서 충치가 생긴 부분을 제거한다.
잇몸 경계보다 한참 아래의 깊은 뿌리부분까지 충치가 진행되어 있다.
| 이쯤되면 발치해야 되는 거 아닐까하는 생각이 아주 잠깐 들었다. |
이제는 치아가 아니라 잇몸을 정리할 차례.
결손 부위를 침범하며 과증식한 잇몸의 일부를 플라즈마로 절제한다.
이때 플라즈마를 사용하면 일정시간 지혈이 되기 때문에,
출혈이 멈춭 틈을 타서 레진으로 벽을 쌓아둔다.
| 너무 잔인한(?) 장면이라 자체 모자이크 처리했음 |
이제 러버댐을 걸고 첫날 신경치료를 시작한다.
집에 가서 아프지 않을 정도까지만 플라즈마를 조사하고 마무리.
집에 가서 잇몸이 아프실까봐 치주팩으로 조심스레 덮어드렸다.
| 왠지 포근해 보임... |
그리고 1주일 뒤.
그 사이 좀 어떠셨는지 여쭤봤다.
"이제 좀 살 것 같아요. 잇몸이 좀 따끔한 거 말고는 괜찮아요."
그렇다면 이제 남은 치료를 이어갈 차례.
이런 케이스는 첫날 치료가 어려워서 그렇지, 그 다음부터는 수월하다.
플라즈마 덕분에 신경치료는 2회만에 마무리,
그 사이 잘 아문 잇몸에 맞춰서 꼼꼼하게 레진코어를 쌓고 모양을 다듬어준다.
그리고 지르코니아 크라운을 셋팅.
| 양치질 잘 되시라고 크라운 모양을 뒤쪽으로 작게 만들었다. |
잇몸을 워낙 많이 절제해서 아직 완전히 치유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손상된 부위를 수복하고 크라운을 씌우려면 어쩔 수 없다.
말그대로 살을 주고 뼈를 취하는 전략적인 선택...
환자분께 조심스레 양해의 말씀을 드렸는데, 양치질 할 때 빼고는 괜찮다고 하신다.
이렇게 오래된 크라운의 교체가 일단락 됐다.
뿌리염증과 상역동염의 치유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3개월 뒤 경과를 체크해보기로 했다.
경과 체크 : 싹 나음
3개월은 금방 흘러갔다.
다른 치아도 치료할 곳이 있었기 때문. (다른 포스팅에서 소개)
경과 체크를 위해 찍어본 CT.
예상대로 잘 나으셨다. (다른 치아 치료 받으러 오시는 동안 수시로 상태 체크함.)
뿌리염증은 확실히 줄어들었고, 상악동의 염증도 깨끗이 사라졌다.
| 염증 : 뿌리 = 검은색, 상악동 = 회색 |
덜 아물어서 살짝 불안했던 잇몸도 이제 완전히 치유된 상태.
| 상악동염증의 치유를 여기서도 확인할 수 있음 : 오른쪽 사진 |
이렇게 해서 '치근우식 + 뿌리염증 + 상악동염'의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던,
오래된 크라운 교체가 깔끔하게 완료됐다.
- 덧붙임 : 그리고 2026년 3월 현재까지 잘 사용하고 계신다.
Epilogue
많은 분들이 오해하고 계신 것이 있습니다.
크라운을 하고 나면 이제 충치가 안 생길거라고 생각하신다는 점인데요,
이번 케이스만 봐도 아시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크라운 자체는 썩지 않을지 몰라도,
크라운 아래의 치아 부분.. 주로 뿌리에 해당하는 부분은 얼마든지 썩을 수 있습니다.
타이어처럼 마모도가 눈에 보이면 참 좋겠지만, 치과 보철물은 그렇지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프지 않더라도 크라운을 씌운지 7~10년 정도가 지났다면
주기적으로 치과에 방문하셔서 크라운 상태를 확인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크라운을 교체할 때가 되었다고 판단될 경우,
단순히 크라운만 교체하시면 안 됩니다.
뿌리를 포함한 주변 상황을 CT로 꼼꼼히 검토하고,
필요하다면 (재)신경치료를 해야합니다.
아니면 최소한 레진코어까지만이라도 제거 후 교체하면서 내부 상태를 살펴봐야 합니다.
안 그러면 새로 맞춘 크라운을 또 제거해야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 참고글 : 새로 만든지 한 달밖에 안 된 크라운을 또 뜯어내야 했던 케이스
링크 : 크라운 새로 교체하고 한 달만에 뜯은 이유 feat. 오래된 크라운 교체할 때 주의할 점
크라운은 자연치아를 살릴 수 있는 마지막 치료입니다.
크라운이 불가능하다면, 발치를 고려해야 합니다.
그래도 다행인 건, 크라운에 탈이 나도 재도전의 기회가 있다는 점이고,
불행인 건, 언제 재도전을 할 지 알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재도전의 기회는 꾸준한 치과 검진으로 놓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만약 재도전을 하게 된다면,
외부의 크라운 뿐만 아니라 치아 내부까지 꼼꼼하게 점검하고 챙겨야 합니다.
그래야 내 소중한 치아를 오래 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래된 보철물의 교체는 신중하게 결정하셔야 합니다.
외부 구조는 물론, 내부 상태까지 꼼꼼하게 살피는 진단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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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의료법 제56조 1항의 의료법을 준수하여 치과의사가 직접 작성하였습니다.
실제 내원 환자분의 동의하에 공개된 사진이며,
동일한 환자분께 동일한 조건에서 촬영한 사진을 활용하였습니다.
치료 내용 : 신경치료, 레진코어, 크라운
치료 후 생길 수 있는 부작용 : 재신경치료, 발치
치료기간 : 2024.04.24~ 2024.05.21
경과체크일 : 2024.08.02
개인에 따라 진료 및 치료방법이 다르게 적용될 수 있으며,
효과와 부작용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 점을 안내드리고 동의하에 치료 진행합니다.
진료 전 전문 의료진과의 충분한 상담을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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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본 포스팅은 2026년 6월 10일, 최신 이미지 최적화(WebP) 및 보존 치료 예후 데이터를 반영하여 업데이트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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