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운에 혀만 대도 아파요 - 플라즈마 신경치료 feat. 크라운 교체 시기


자동차 타이어처럼, 입속의 크라운도 적당한 시기가 되면 교체를 해주어야 한다. 

그런데 타이어는 이렇게 교체시기를 확인할 수 있는 적당한 방법이 있지만, 


크라운은 스스로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이 없다보니, 

딱히 불편함이 없다면 굳이 크라운 교체를 맘먹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잘 사용하던 크라운을 강제로(?) 교체하게 되는 계기는 보통 아래와 같다. 

1. 오래된 크라운에 구멍이 나거나.. 

골드 크라운이 닳아서 구멍남


2. 크라운이 빠져서 보니, 그 안에 치아가 심하게 상해있는 경우... (보통 이럴 땐 냄새가 남)

이러면 크라운이 잘 안 붙음. 붙여도 곧 떨어짐. 


3. 그리고 마지막으로, 크라운을 씌운 치아가 아파졌을 때다. (이 포스팅 주제)





작년 이맘때 쯤, 40대 남성분이 심한 통증을 호소하시며 내원하셨다. 

"왼쪽 위에 어금니에 혀만 닿아도 아팠어요."

짧고 굵은 C.C 


말씀하신 치아는 #27 치아. 

신경치료 없이 크라운이 씌워져 있고, 크라운 경계에 검은 선이 보인다. 



실제로 보면,

크라운과 잇몸 사이 공간이 살짝 떠보이는데.. 저기에 탐침 기구(explorer)를 넣으니 쑥! 들어간다... ;; 

저 아래는 충치로 치아가 다 녹아있을 듯... 

파노라마 사진에서, 뿌리 염증이 의심되어 ct까지 찍어본다. 

원래 CT에서는 금속 주변이 하얗게 번져서 잘 안 보이는데, 

이 치아는 아래가 워낙 심하게 썩어서 CT에서도 크라운 아래 충치가 확인된다. 

하얀색 = 크라운, 검은색 = 충치

뿌리끝에도 염증이 확인되었는데, 


상악동에도 심한 염증이 보인다. 


원래는 공기가 차 있어서 완전한 검은색이어야 하는 상악동이 회색으로 채워져있다. 

#27 치아의 뿌리염증이 원인인 듯하다. 



이렇게 해서 다행히도 통증의 원인을 찾아냈다. 

크라운 아래로 치아가 썩으면서 생긴 치수염이 근본적인 문제였다. 

문제는 치료 방법이다. (항상 치료 방법 정하기가 어렵다) 


통증을 없애고 뿌리끝 염증을 치유하려면, 크라운을 벗기고 신경치료를 해야하는데.. 

크라운을 재제작할 수 없다면 신경치료가 큰 의미가 없다. 식사를 할 수 없으니까. 

크라운을 다시 만들기 위해서는 치아가 어느 정도 남아있어야 하는데.. 

오래된 크라운 내부의 상태는 슈뢰딩거의 고양이처럼 확률과 파동으로 존재한다. 

 - 참고글 : 크라운에서 냄새가 나요 feat. 슈뢰딩거의 어금니 ep1


??!!

..... 크라운을 벗겨서 썩은 부분을 직접 제거해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는 얘기다. 



충분히 고민할 시간이 없다. 지금도 환자분께서는 치통에 얼굴을 찌푸리고 계신다. 

가급적 발치를 하지 않고 신경치료 후 크라운 재제작에 최선을 다하겠지만, 

변수가 생기면 치료 계획이 변경될 수 있음을 잘 말씀드리고 치료를 시작. 



무통 마취 후, (마취만으로도 환자분의 표정이 나아지셨다)

떨리는 마음으로 크라운을 제거. 

교합면에서 보면, 다행히 치아가 통째로 썩어있지는 않은 듯하지만, 

화살표가 가리키는 부위가 탐침으로 충치를 확인한 부위

크라운 아래로 썩어서 치아가 녹아버린 부위를 확인하니, 짧은 한숨이 나온다.. 

잇몸 아래로 깊게 썩은 부위가 드러난다. (이미 CT로 확인하긴 했다)



이제 저 부분의 충치를 어느 정도 제거하면서 신경치료를 위해 치수강을 개방한다. 

잇몸 아래로 깊게 썩어있다.. 

신경치료 부위의 재감염을 막고 잇몸의 회복을 조금이라도 빨리 도모하기 위해 

잇몸 아래 충치는 오늘 깨끗이 제거하고, 과증식된 잇몸까지 다듬는 게 좋다. 

잇몸 정리를 플라즈마로 하게 되면 출혈이 거의 없으므로, 당일 레진벽까지 쌓는다. 

자체 모자이크 처리


요 단계까지 시간이 많이 걸려서, 신경치료는 발수단계까지만 간단하게 진행. 

발수(pulp extirpation)만 해도 치수염의 심한 통증은 거의 다 사라진다. 


그리고 다듬은 잇몸은 마취가 풀리면 쓰라릴 수 있고 감염도 될 수 있으므로 

치주팩으로 살포시 감싸줘서 보호를 해주면 첫날 치료가 마무리된다. 




두번째 내원일. 

훨씬 개운한 표정으로 내원하신 환자분, 이제 통증은 확실히 없어지셨다고 한다. 

이렇게 통증이 사라지면, 차일피일 치료를 미루시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면 통증에 이자가 쌓인다. 

참고글 링크 : 신경치료 중단했던 치아가 갑자기 아픔 feat. 치근의 내흡수

그러니, 일단 치료를 시작하면 일단락 짓는 게 좋다. 


치주팩을 제거하니, 잇몸도 잘 회복중이고 


플라즈마 멸균으로 뿌리끝이 깔끔함을 확인하여, 2회만에 신경치료를 마무리 한다. 

화살표 - 심한 충치가 있었던 부위


이제 1주일 간, 잇몸이 더 치유되기를 기다려서 레진코어로 치관을 수복하고



다음에 지르코니아 크라운을 셋팅. 


다듬었던 잇몸이 회복되면서 살짝 염증이 보이긴 하는데, 

다행히 환자분께서는 별 불편감이 없다 하셔서, 소심한 양치질을 당부드림. 


이렇게 오래된 크라운 재제작이라는 큰 단계를 무사히 끝냈는데, 

문제는 뿌리끝 염증 + 그로 인한 상악동 염증이다.

여기는 치유에 시간이 걸리므로, 경과 체크 기간을 가지기로 했다. 


마침(?) 이 환자분은 다른 부위도 치료할 곳이 있어서, 

꾸준히 다른 부위를 치료하다보니 금방 3달이 지나갔다. 


3달 뒤 뿌리염증 체크일. 

- 그 사이에 잇몸은 잘 치유되셔서 약간의 흉터만 남았고 (그 사이 꾸준히 체크를 했다)


- 뿌리끝 염증은 3달이라는 기간을 감안하면 상당히 양호하게 치유되었다. (움짤)


 - 상악동을 회색으로 채우던 심한 염증도 거의 다 사라져서, 검은색으로 채워져있다. 


역시나, 상악동 염증의 원인은 치아의 뿌리염증이었다. 


이렇게 해서, 본의아니게 시작된 크라운 재보철이 진짜로 마무리 되었다. 

이제 치아와 크라운 사이에 음식물 안 끼게 양치질 열심히 하시도록 당부드리고, 

정기검진 등록을 하면서 치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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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운은 자연치아를 살릴 수 있는 마지막 치료다. 

크라운이 불가능하다면, 발치를 고려해야 한다. 

그래도 다행인 건, 크라운에 탈이 나도 재도전의 기회가 있다는 점이고, 

불행인 건, 언제 재도전을 할 지 알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나마 

- 크라운이 벗겨졌을 때가, 크라운 내부 상태를 점검할 수 있는 기회이고..

- 크라운에 구멍이 나거나 깨지면, 늦기 전에 치과에 가야 한다. 

- 통증이 생기거나 냄새가 나기 시작하면, 당장 치과에 가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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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의료법 제56조 1항의 의료법을 준수하여 치과의사가 직접 작성하였습니다.

실제 내원 환자분의 동의하에 공개된 사진이며,

동일한 환자분께 동일한 조건에서 촬영한 사진을 활용하였습니다.

치료 내용 : 신경치료, 레진코어, 크라운

치료 후 생길 수 있는 부작용 : 재신경치료, 발치

치료기간 : 2024.04.24~ 2024.05.21

경과체크일 : 2024.08.02 

개인에 따라 진료 및 치료방법이 다르게 적용될 수 있으며,

효과와 부작용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 점을 안내드리고 동의하에 치료 진행합니다.

진료 전 전문 의료진과의 충분한 상담을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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