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다가 이가 깨져서 쪼개졌어요. 작년부터 씹을 때 좀 그랬어요." feat. 애매한 증상이 지속될 때..


충치 없는 치아가, 부러지거나 쪼개지게 되는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 식사 중 돌멩이처럼 단단한 걸 씹어서 한번에 치아가 부러지는 경우. 

- 그리고 치아에 미세한 금(crack)이 조금씩 진행되다가 심해져서 쪼개지는 경우다. 


후자의 경우에는 전조 증상이 있는데, 

바로 씹을 때마다 시큰하고 찌릿한 불편감이 생긴다는 거다. 

이를 방치하면 자칫 발치로 이어질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참고로, 깨져서 쪼개진 치아 vs 심하게 금이 간 치아 : 둘 중에 뭐가 나을까? 

쪼개진 치아, 금이간 치아, split tooth, crack tooth


이 주제에 대해 이미 3부작에 걸쳐서 정리한 적이 있으니, 결론이 궁금하시다면 아래 링크 참고.

- 시리즈 1편 링크 : 쪼개진 치아 vs 금이 간 치아 feat. 뭐가 나을까 ep1. (click)


Prologue

올해 초, 예약도 없이 급히 내원하신 40대 남성. 신환이시다. 

"조금 아까 점심 먹는데 어금니에서 빡 소리가 나면서 이가 깨진 것 같아요. 

 작년부터 씹을 때 조금 이상해서 다니던 치과에 갔더니, 지켜보자고 했는데.. 그 치아같아요."

직장 동료분의 소개로 오셨다고 해서, 살짝 더 긴장이 된다. 


가리키시는 치아를 보니, 금(crack)이 가 있는 듯한데.. 

핀셋으로 살짝 건드려보니, 힘없이 벌어진다. 

파절 치아, 쪼개진 치아
완전히 분리된 split 상태의 치아

저 조각이 어디까지 연결되었는지가 관건인데, 저렇게 조각이 힘없이 벌어지면 차라리 낫다. 

뿌리의 깊은 곳까지 물고 쪼개진 건 아니라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진단 : 파절 부위 확인

그래도 혹시 몰라 CT를 찍어보니, 파절선이 보인다. 

파절 치아, 쪼개진 치아, CT 사진

다행히 치조골 위쪽으로 깨져서, 그래도 발치 전 치료가 가능해 보인다. 


가능하면 치아의 머리를 수복해서 다시 잘 사용할 수 있게 치료를 진행하겠지만, 

추가적인 파절이나 crack이 뿌리까지 이어져 있으면, 

치료 중간에라도 발치로 이어질 수 있음을 잘 설명드리고, 

환자분의 동의를 얻어 치료 계획을 확정했다. 


이대로 집에 갈 수는 없으니, 오늘은 일단 응급처치라도 시행해야 한다. 


치료 : 신경치료, 레진코어, 크라운

조심스레 무통 마취 후, 한 번 더 치아를 확인. 

쪼개진 치아, 파절 치아, split tooth
이제는 그냥 벌어져있음


조심조심 파절편을 제거하니, 예상대로 뿌리 깊은 곳까지 깨지지는 않은 듯하다. 

쪼개진 치아, 파절 치아, 파절편 제거

파절편을 제거하니, 신경이 비쳐보인다. 

신경치료 없이 수복을 해볼 수도 있겠지만, 

변수 없는 치료를 원하시는 환자분의 동의를 얻어 신경치료를 시작. 


집에 가서 안 아플 수 있는 정도까지는 진도를 나가야 한다. 

쪼개진 치아, 파절 치아, 신경치료 시작, 파절편 제거

플라즈마로 간단하게 발수를 완료하고, 임시재료로 가봉. 

일부러 임시재료가 잇몸을 누르게 막아놨다. 

쪼개진 치아, 파절 치아, 파절편 제거, 신경치료


그리고 다음 번 내원일. 잇몸을 눌러놓은 재료가 살짝 떨어졌다. 

쪼개진 치아, 신경치료, 임시가봉, 파절치아

그래도 괜찮다. 신경관 입구는 잘 막혀있어서. 


무통 마취 후, 플라즈마를 써서 2회만에 신경치료 마무리. 이렇게 내부 공사(?)가 끝났다. 

파절 치아, 신경치료, 쪼개진 치아
엄청 휘어있었음


1주 뒤, 외장공사(?)를 할 차례. 

임시재료 제거. 이제는 잇몸이 잘 아물어 있다. 

파절치아, 쪼개진 치아, 신경치료 마무리

파절 부위는 레진코어로 정성껏 수복하고 치아를 다듬는다. 

페룰(ferrule) 확보를 위해 잇몸을 살짝 다듬어서, 치근 부위를 노출시킨다. 

파절치아, 쪼개진 치아, 신경치료, 레진코어, 잇몸절제술
잇몸을 쳐야해서, 잇몸에만 조금 마취를 했음.

그리고 지혈을 기다렸다가 구강스캔. 

잇몸이 다시 밀고 올라오지 못하게 임시치아로 눌러놓는다. 


다시 1주뒤. 잇몸이 임시치아 모양에 맞춰서 예쁘게 회복됐다. 

쪼개진치아, 파절치아, 신경치료, 레진코어, 잇몸절제

지르코니아 크라운을 셋팅하고, 씹을 때 증상 없으신지 한 번 더 확인. 

쪼개진치아, 파절치아, 신경치료, 크라운

쪼개진 부위도 한 번 더 확인. 

쪼개진치아, 파절치아, 신경치료, 크라운

이제 실제로 사용을 해보시기로 하셨는데, 다행히 1주간 아무 불편이 없다하셔서 치료 완료. 

일단 치료가 완료되면 그 이후에 생길 수 있는 변수가 적다는 점에서, 

금이 간 치아보다는 쪼개진 치아가 차라리 낫다고 볼 수 있다. 



치료 요약 : 쪼개진 치아 잘 살려 쓰게 됨

- 치아가 부러져서 쪼개졌는데, 다행히 치조골 위쪽이라서 

파절치아, 쪼개진치아, CT 진단, 파절선, 치조골 상방

- 파절편 제거하고, 플라즈마 신경치료 후 레진코어로 수복해서 크라운까지. 

쪼개진치아, 파절치아, 신경치료, 크라운


다행히 잘 사용하게 되심. 


epilogue

치료가 끝날 때 쯤, 환자분께서 조심스레 여쭤보신다. 

"작년에, 씹을 때 증상이 조금 있을 때 신경치료를 받았어야 하는 걸까요?" 

참 어려운 문제다. 


치아와 관련된 불편감 중에서, 씹을 때 불편감이 제일 난감하다. 

증상이 생기는 원인이 워낙 다양하고, 진단이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 관련글 링크 : "씹을 때 아파요" - CT를 이용한 진단 feat. 진단이 빨라야 고생을 덜 함

그나마, 

아래 사진처럼 의심되는 원인이 비교적 잘 보이면 치료 계획을 잡기가 수월하지만, 

씹을 때 불편감이 생길 수 있는 원인 - 치료방법


아쉽게도 씹을 때 통증은 원인이 애매한 경우도 많다. 

원인도 다양하다. 크랙(crack), 교합외상(TFO), 초기 뿌리염증, 숨어 있는 충치, 잇몸... 

심지어 치아가 원인이 아닐 수도 있다! - 상악동 염증, 비정형치통 등등.. 

진단이 되어야 그에 맞는 치료 방법을 정할텐데, 진단이 안 되면 치료를 할 수가 없다. 

가뜩이나 치과치료는 비가역적인 치료가 많다보니, 더더욱 신중해야 한다. 

억울한 치아를 만들면 안 되기 때문에, 항상 무죄추정의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 


..........................

여기서 잠시, 무죄추정의 원칙이 중요함을 보여주는 case ... 

약 2년 전, 30대 여성분이 왼쪽 맨 뒤 어금니로 씹을 때 불편하다고 내원하신 적이 있다. 

"씹거나 건드릴 때 아파요. 가만히 있어도 아프다 말다해요. 

  거의 1년 가까이 됐는데, 다른 치과에서는 신경치료를 해보자고 했어요." 


분명히 타진이나 바이트 테스트에는 반응을 보이는데, 

충치나 파절, 심한 crack의 흔적이 없고, CT까지 찍어도 별 이상이 안 보인다. 

신경치료는 치수에 염증이 생겼을 때 하는 치료인데, 치수염의 근거가 없다. 

일단, 잇몸 치료 후 교합조정을 하였으나 크게 개선이 되지 않아, 

그 뒤에 사랑니로 인해 생긴 불편감일 수도 있으니, 사랑니 발치 후 더 경과를 지켜보자고 했다. 


그리고 약 1년 넘게 내원하지 않으시다가, 다른 치료를 위해 내원하셨다. 

차트를 보고, 그때 불편하셨던 치아는 어떠신지 여쭤봤더니 이제 괜찮으시단다. 

"그 때 선생님이 사랑니 얘기를 해주셔서, 뒤에 사랑니를 뽑고 나니까 안아파졌어요."

파노를 보니, 자칫 신경치료 후 크라운 치료를 받을 뻔한 맨 뒤 어금니가 건강하게 생존해있다. 

무죄추정의 원칙 덕분에, 억울한 치아가 생기는 걸 막았다. 

진단이 안 될 때는, 치료를 하면 안 된다는 교훈을 주는 케이스. 

..........................


씹을 때 분명 불편하긴 한데.. 애매한 증상이 있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일단 치과에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먼저다. 

치과에서도 진단이 애매하다면, 최대한 덜 침습적인 치료....

- 예를 들면 잇몸치료나 교합조정 등을 받으면서,  증상의 추이를 지켜보는 것이 좋다. 

이렇게 시간을 두고 지켜보면 증상이 심해지거나 완화되는 추이가 생기기도 한다.


꾸준히 경과를 지켜보는 동안 해당 통증을 유발하는 상황이나 단서를 잘 체크해놨다가, 

검진 받을 때 말씀을 해주시면 진단에 도움이 된다. 

이렇게 경과를 지켜보는 과정에서 진단의 범위가 좁혀지기도 한다. 

계속 애매한 증상이 지속되는데 진단이 되지 않는다면 상급 병원에서 정밀 진단이 필요할 수도 있다.

결국, 애매한 증상은 원인이 명확하게 파악될 때까지 경과를 체크하면서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그래도 억울한 치아를 만들면 안 되기 때문에, 진단이 되지 않으면 치료를 할 수가 없다. 

아래 포스팅에서와 같은 일이 생기는 이유도, 이런 이유다. 

- 참고글 : "어금니가 아픈데, 원인을 모르겠대요" - 진단이 어려운 치수염 feat. CT로 확진

참 어렵다. 


조심스럽게 여쭤보신 환자분께, 뭐라고 답해드려야 할까. 

결과적으로 치아가 깨졌으니, 

그 때 증상이 금(crack)에 의한 감염의 전조증상으로 볼 수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결과론적인 이야기.. (내가 그때 상태를 진단하지 못했으니, 더 조심스러움.)

그래서 조심스럽게 원칙적인 질문으로 답을 대신해드렸다. 

"작년에, 씹으면 증상이 조금 있을 때 신경치료를 권해드렸으면 선뜻 치료를 받으셨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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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의료법 제56조 1항의 의료법을 준수하여 치과의사가 직접 작성하였습니다.

실제 내원 환자분의 동의하에 공개된 사진이며,

동일한 환자분께 동일한 조건에서 촬영한 사진을 활용하였습니다.

치료 내용 : 신경치료, 레진코어, 크라운

치료 후 생길 수 있는 부작용 : 재신경치료, 발치

치료기간 : 2025.03.21~ 2025.04.04

개인에 따라 진료 및 치료방법이 다르게 적용될 수 있으며,

효과와 부작용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 점을 안내드리고 동의하에 치료 진행합니다.

진료 전 전문 의료진과의 충분한 상담을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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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하신 점이 있으면 아래 링크로 문의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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