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레이가 떨어지고 나서, 엄청 아파요" - 어금니 쪼개짐 & 뿌리 염증 feat. 그리핀 치아 ep2
치아의 머리는 크게 쪼개지고, 뿌리에는 심한 염증이 생긴 치아.
그리핀 치아 치료 episode 1 포스팅 (click) |
어느 한 가지 증상만으로도 발치를 걱정해야 하는데,
두 가지 증상이 같이 생겼으니 발치 위험성이 무척이나 높은 치아다.
이런 치아를 그리핀 치아(griffin tooth)라고 하는데,
독수리의 상반신과 사자의 하반신을 가진 상상속 괴물의 이름을 본따서, 내 맘대로 부르고 있다.
Prologue
작년 가을 쯤, 급하게 본원을 방문하신 30대 초반의 여성분.
"어제 어금니 인레이가 떨어져서 이가 깨진 느낌이 들더니, 그때부터 아프기 시작했어요.
찬물에도 시리고 양치할 때도 시큰거려요."
진단 : 어금니가 깨짐
오래된 인레이가 떨어지신 것 같은데 다시 붙여드리면 되려나.. 생각하며 구강내를 봤는데, 헉!
노란색 동그라미 안의 저 부위가 달랑달랑 거린다.
모니터의 파노라마 사진을 보니, 뿌리끝의 상태도 심상치 않아 보인다.
파노라마에서 뿌리염증이 보이면, 심각한 경우가 많다. (click) |
움직이는 조각을 살짝 건드려보니, 힘없이 벌어진다...
이렇게 많이 흔들리는 걸 보면, 그래도 깊은 곳의 뿌리까지 물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잠시 환자분께 사진을 보여드리며 발치 위험성에 대해 설명을 드린다.
"요 조각이 뿌리를 물고 나오면, 오늘 발치를 하실 수도 있으십니다."
사진을 보고 상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신 환자분의 동의를 얻어, 조심조심 조각을 제거.
제거된 조각 아래로 치수강 입구가 열려있다. (대충 치아의 신경이 노출되고 감염됐다는 말)
그나마 다행인 점은, 뿌리까지 물고 쪼개지지는 않았다는 거다.
뿌리까지 이어져서 쪼개져 있으면 곧바로 발치를 하는 게 낫다(click).
이 정도면 지금 발치를 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
일단은 파절 부위를 정리하고 응급처치 - 신경치료를 시작. (안 그러면 집에 가서 엄청 아프다.)
플라즈마 발수모드로 치수강 내부를 지혈시키면서, 초음파로 깨끗이 세척.
플라즈마를 쓰는데도 지혈에 다소 시간이 걸렸다. (안 그랬음 더 오래 걸릴뻔...)
그래도 이 정도면 집에 가서 안 아프실 정도까지는 진행하고 임시재료로 수복을 한 뒤에,
환자분을 일으켜 세워드리고 찬찬히 설명드린다.
"치아가 심하게 쪼개졌는데, 그래도 당장 발치를 할 정도는 아니셔서 응급처치까지 시행했어요.
치아가 저렇게 쪼개질 정도면 다른 부위에 crack 도 예상되고 발치 위험성이 높은 상태지만,
그래도 발치 전에 가능한 치료가 있으니, 한 번 고민해 보시고 다음에 말씀해주세요. "
치료 : 머리 따로, 뿌리 따로
일주일 뒤.
이제 시림이나 통증은 없어지셨다고 하시면서, 발치 전에 가능한 치료를 받아보고 싶다고 하신다.
결과가 좋지 않으면, 그 때 발치를 고려하시기로.
무통 마취 후, 마취를 기다리는 동안 CT도 찍어놓는다.
(원래는 지난번에 CT를 찍었어야 하는데, 응급상황이라 미처 찍지를 못했다...)
파절 부위 주변을 정리한 뒤에
잇몸의 지혈을 확인 후, 파절 부위를 먼저 레진으로 수복.
무너진 벽을 미리 세워놨다 |
그래야 이어지는 진료가 수월하기 때문.
이제 본격적인 신경치료를 들어가기 전에, CT를 보는데.. 하아...
파노라마로 어느 정도 예상을 하긴 했지만, 뿌리염증이 매우 심각한 상태다.
사진 왼쪽의 구개측 치근은 중간부터 심하게 막혀있다.. ㅜㅜ |
뿌리 내부의 신경이 괴사되면서 생긴 고름이 쇼생크 탈출을 시도(click),
뿌리 주변의 치조골이 부풀고 일부는 뚫려 있다.
아마도 치아가 쪼개지기 전부터 인레이 주변으로 누수가 진행된 것 같다. 그것도 오랜 기간.
첫날에 CT를 찍어봤어야 하는건데.. 괜히 살려보자고 말씀드렸나..
잠시 짧은 후회가 머릿속을 스쳐갔지만,
그래도 발치 전의 치료를 선택하셨으니 최선을 다해서 치료에 임해야지.
심하게 막힌 신경관이 있어서, 첫날 응급처치를 포함해서 총 3회만에 신경치료를 마무리.
플라즈마 신경치료가 아니었으면 더 오래 걸렸을 것 같다.
이렇게 하반신의 사자는 일단락 지었으니,
다음은 상반신의 독수리를 마무리 할 차례.
레진코어로 파절된 부위와 신경치료 했던 부위를 수복하고,
구강스캔 해서 지르코니아 크라운을 셋팅.
잇몸을 보니, 다행히 파절 부위의 치유 상태가 양호하다.
이렇게 사자와 독수리 - 그리핀 치아(griffin tooth)의 치료를 일단락 지었다.
이제는 뿌리염증이 잘 낫는지 체크해야지.
시간이 흘러 3개월 뒤...
경과체크를 위해 내원하신 환자분.
"통증이나 불편한 점 없었어요"
그래도 워낙 심했던 염증이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CT를 확인.
다행히 잘 치유되고 있다.
뿌리 주변으로 치조골이 잘 회복되며 뿌리를 감싸기 시작했다.
이 정도면 이제 발치 걱정은 살짝 덜어놓으셔도 될 것 같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6개월 뒤에 한 번 더 경과를 체크받으시기로 했다.
또 다시 시간이 흐르고,
치료 요약 : 머리, 뿌리 잘 치유됨
- 상반신은 독수리 : 치아 머리가 쪼개졌지만 잘 수복해서 크라운 셋팅
- 하반신은 사자 : 심한 뿌리염증이 상악동으로 쇼생크 탈출 중이었으나, 다행히 잘 치유됨.
뿌리주변의 하얀색은 뼈, 검은색은 염증 |
epilogue
머리가 쪼개진 치아는 쪼개진 정도를 파악해서 잘 수복해주고,
- 참고글 : 쪼개진 치아 vs 금이 간 치아 feat. 뭐가 나을까 ep1 (click)
뿌리에 염증이 생긴 치아는 (재)신경치료로 치유를 도모해준다.
- 참고글 : 뿌리염증 + 잇몸 뾰루지 - 진단에서 치료까지 feat. 플라즈마 (재)신경치료 (click)
그런데 가끔 이 포스팅에서처럼,
머리는 머리대로 쪼개지고.. 뿌리는 뿌리대로 염증이 생긴 치아를 만나기도 한다.
머리는 머리대로 회복하고 뿌리는 뿌리대로 회복해야 하다보니,
아무래도 한 가지 증상만 있는 치아보다는 발치 위험성이 높은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머리는 머리대로 뿌리는 뿌리대로 잘 치료해주면, 잘 낫는 것 같다.
발치 판정을 내리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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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의료법 제56조 1항의 의료법을 준수하여 치과의사가 직접 작성하였습니다.
실제 내원 환자분의 동의하에 공개된 사진이며,
동일한 환자분께 동일한 조건에서 촬영한 사진을 활용하였습니다.
치료 내용 : 신경치료, 레진코어, 크라운
치료 후 생길 수 있는 부작용 : 재신경치료, 발치
치료기간 : 2024.09.30 ~ 2024.10.30
경과체크일 : 2025.01.03, 2025.07.01
개인에 따라 진료 및 치료방법이 다르게 적용될 수 있으며,
효과와 부작용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 점을 안내드리고 동의하에 치료 진행합니다.
진료 전 전문 의료진과의 충분한 상담을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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