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몸누공 + 뿌리염증, 플라즈마 재신경치료 feat. 포스트(post) 제거
이미 신경치료를 받은 치아에 뿌리염증이 생기면,
발치 전에 고려할 수 있는 비수술적 치료가 재신경치료다.
재신경치료는 첫 신경치료보다 복잡하고, 어렵고, 예후도 좋지 않은데..
이를 더 어렵고 위험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치아에 박힌 기둥 - 포스트(post)의 존재다.
치료 당시에는, 치아가 너무 약해서 필요에 의해 포스트를 사용했겠지만..
그 치아에 탈이 나서 재치료를 하게 될 때는,
재치료의 성패를 가를 정도로 성가신 존재가 된다.
약 1년 전,
20대 여성분께서 잇몸에 생긴 뾰루지 - 누공 때문에 내원하셨다.
"어금니 쪽에 염증이 생긴 것 같아요. 아프지는 않은데, 잇몸에 뭐가 났어요.
염증이 생긴지는 3~4개월 됐고, 신경치료 받은 지는 3~4년 정도 됐어요."
재신경치료로 검색을 해서 기차까지 타고 일부러 멀리서 오셨다는 말씀에,
어깨가 조금 무거워진다.
잇몸에 생긴 뾰루지는 대부분 치아의 뿌리쪽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
파노라마 사진을 보니,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건 길게 박힌 포스트.
파노라마 사진에서는 뿌리염증이 잘 보이지 않는다.
CT를 찍어보니 보인다, 뿌리염증.
뿌리옆쪽의 얇은 형태라, 파노라마에서는 잘 안 보인듯 |
뿌리 주변을 넓게 둘러싼 형상인데,
상악동 바닥의 단단한 뼈를 뚫지는 못하고 뿌리 주변으로 퍼지는 중이다.
상악동 바닥이 조금 덜 단단했으면, 쇼생크 탈출이 벌어질 뻔...
다른 각도로 보면, 신경관 충전이 통상적인 모양은 아니다.
이건 직접 신경관에 접근해봐야 알 수 있을 듯한데,
어쨌든 뿌리의 남은 벽이 매우 얇기 때문에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다행히,
1. 흔들림이 없고
2. 심한 치주염이 동반되지 않았으며
3. 치근파절의 명확한 증거가 없으므로
재신경치료를 통해 치유를 도모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뿌리에 길게 박힌 포스트가 마음에 걸리긴 하는데,
그래도 뿌리길이 절반을 넘지는 않고.. 모양을 보면 금속재질이라 그나마 낫다고 판단했다.
(치아색깔 레진계열의 fiber post 제거는 훨씬 더 고약하다..)
이런 자초지종을 말씀드리니,
환자분께서도 기꺼이 발치 전의 보존적인 치료에 시간과 비용과 노력을 들이는 데에 동의하셨다.
진단에 시간이 걸려, 치료는 다음번 내원일부터 시작.
치료 시작일.
무통 마취 후 크라운을 제거하니, 반짝이는 포스트가 모습을 드러낸다.
예상했던대로 금속성의 포스트다. 차라리 낫다.
포스트 제거를 시작.
정확히 말하면 포스트를 빼내는 게 아니고, 포스트를 갈아서 없애는 거다.
금속부분만 조금씩 갈아내면서 아래로 접근.
이 정도 깊이에서부터는 정말정말 조심해서 진행해야 한다.
축이 조금만 틀어져도, 뿌리에 천공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러 사진을 찍어가면서 확인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거의 다 제거가 된 것 같은데...
화살표 부위에 살짝 남은 저 금속 부분이 조금 마음에 걸린다.
이쯤에서 다시 한 번 CT를 보는데.. 역시나 저 쪽 뿌리벽이 얇다.
여기서 저 포스트를 깔끔하게 제거하려다가 뿌리에 천공이 생기면 손해가 너무 클 것 같고..
마침, 탐침을 해보니 신경관에 접근이 되는 상황.
재신경치료 자체의 진행은 가능할 것 같다.
그리도 다행히(?)도 잇몸에 뾰루지가 있으므로, 치료 경과를 중간에 확인할 수도 있다보니
참고글 : 잇몸에 고름주머니 - 뾰루지가 생겨서 다행입니다 feat. 뿌리염증 골든타임
남은 포스트 부위 제거여부는, 치료를 진행하면서 결정하기로 했다.
근관 내부 오염물질을 최대한 긁어내고 접근이 가능한 곳까지 플라즈마를 조사 후,
첫날 재신경치료를 마무리.
이제 두번째 내원일.
고된 일은 지난번에 다 끝내놔서, 오늘은 그나마 수월한 편.
2회만에 재신경치료를 마무리.
일부가 남아있는 포스트 조각이 조금 마음에 걸린다.
세번째 내원일.
손상부위를 레진코어로 수복하고 크라운을 할 차례인데,
신경관 입구를 정리하다보니 헉! 숨어있는 신경관이 있다...
조심조심 뿌리끝에 접근해서, 플라즈마 조사와 초음파 세척을 반복.
다행히 당일발수근충으로 마무리 되었다.
역시나 마음에 걸리는 포스트 조각... |
멀리서 오시는 분인데 한 번의 내원이 추가 되어 매우 송구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제대로 탈없이 진료하는 것이 더 중요하므로, 양해를 부탁드렸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시기 전CT를 찍어서 한 번 더 확인한다.
다행히, 더 이상의 숨은 신경관은 없는 것 같다.
신경관의 충전이 뭔가 더 충실해진 느낌.. |
이제 진짜로 레진코어를 하는 날.
그 사이, 잇몸의 뾰루지는 사라졌다.
이렇게 뾰루지가 사라졌다는 것은, 염증이 치료에 반응을 한다는 긍정적인 의미이다.
그리고 경험상, 이렇게 뾰루지가 바로 없어지면 예후가 괜찮았던 적이 훨씬 많았다.
남은 포스트의 일부 조각은 무리해서 제거하지 않기로 했다.
꼼꼼히 레진코어로 치아를 수복하고,
pmma 크라운을 셋팅.
이제 경과를 체크할 차례.
한 달 체크.
뾰루지의 재발은 없었지만 CT에서도 확실한 치유 양상이 확인되지 않아,
두 달 뒤, 석 달 체크를 약속하고 귀가하셨다.
혹시라도 뾰루지가 재발하면 그 전에라도 연락 주시기로 했는데,
다행히 연락을 주지 않으셨다.
시간이 흘러, 약속의 석 달 체크일.
뾰루지 재발 없음.
치료 후 3달 지남 |
CT에서는?
다행히도 이번에는 치유가 잘 확인되었다!
이제 치유가 확인되었으니, 지르코니아 크라운으로 업그레이드 할 차례.
치료 요약을 겸한 움짤
- 긴 포스트가 있는 치아에 생긴 뿌리 염증 발견, 포스트 제거 (일부 살짝 남김)
- 재신경 치료 후, 뾰루지 소실 확인.
- 뿌리염증도 치유 확인.
잘 보면 남음 포스트 조각이 보임 |
다행히도, 멀리서 긴 시간 동안 고생을 했던 보람이 있으셨다.
이제 꾸준히 정기검진으로 체크를 받기로 하시면서, 치료가 일단락 된다.
재신경치료는 그 자체로 힘들고 손도 많이 가지만,
이렇게 포스트가 있으면 치료 과정이 훨씬 더 위험하고, 힘들고, 어려워진다.
자칫 잘못하면 포스트를 제거하다가 치근에 천공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케이스에서는,
워낙 얇게 남은 뿌리벽 때문에 포스트 일부를 살짝 남기긴 했지만,
다행히도 치료 도중 잇몸 뾰루지가 소실됨을 확인했기 때문에,
작게 남은 포스트 조각을 무리해서 제거하지 않았다.
그래도 다행히 잘 치유되어 치료가 일단락 되었고,
그 후 1년 경과 체크에서는 염증이 더 잘 치유됨을 확인할 수 있었다.
epilogue) 1년 뒤 경과체크 때, 한 번 더 확인. 더 잘 나으심
참고글) 심한 뿌리염증의 진단부터 치료까지 자세히 정리한 포스팅
https://www.dentalist.me/2025/03/feat_4.html
예고편) 금속 재질이 아닌, 레진 계열의 fiber post 제거는 훠~얼씬 위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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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의료법 제56조 1항의 의료법을 준수하여 치과의사가 직접 작성하였습니다.
실제 내원 환자분의 동의하에 공개된 사진이며,
동일한 환자분께 동일한 조건에서 촬영한 사진을 활용하였습니다.
치료 내용 : 재신경치료, 크라운
치료 후 생길 수 있는 부작용 : 재신경치료, 발치
치료기간 : 2024.02.19~ 2024.07.02
개인에 따라 진료 및 치료방법이 다르게 적용될 수 있으며,
효과와 부작용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 점을 안내드리고 동의하에 치료 진행합니다.
진료 전 전문 의료진과의 충분한 상담을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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