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버 포스트 (fiber post) 제거가 어려운 이유 feat. 플라즈마 재신경치료
안 그래도 재신경치료는 힘들고 어렵고 성공률이 떨어지는데,
이를 몇 배나 더 위험하게 만드는 존재가 있다.
바로, 치아에 깊이 박힌 기둥 - 포스트다.
참고글 : https://www.dentalist.me/2025/04/feat-post.html
그래도 금속 계열의 메탈 포스트(metal post)는 눈에 보이기라도 하지...
레진 계열의 파이버 포스트(fiber post)는 치아와 유사해서, 구별이 매우 어렵다.
예를 들어, 메탈 포스트(metal post)가 이런 느낌이라면..
그래도 잘 보면 보인다.. |
파이버 포스트(fiber post)는 이런 느낌이다.
봐도 잘 안보임ㅜㅜ : 정답은 아래 공개 |
치아를 입 밖으로 꺼내서 그 안의 작은 기둥 - 포스트를 제거하라해도 어려울텐데,
이걸 입 속에서.. 그것도 치아에 난 작은 구멍을 통해 제거해야 한다니...
그래서 포스트 제거는 뿌리의 천공, 발치로 이어질 위험성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이 험난한 과정 - 파이버 포스트 제거에 대해 적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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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쯤 전,
젊은 여성분이 네이버 블로그(지금은 비공개)를 보고 내원하셨다.
"잇몸에 고름주머니가 생겼어요.
다른 치과에서는 치아에 기둥(?) 같은 게 있어서 발치를 해야 된대요.
저는 발치를 최대한 미루고 싶은데.. 혹시 재신경치료가 가능할까싶어서 찾아왔어요."
아마도 치아에 긴 포스트가 있다보니, 발치 권유를 받은 것 같다.
말씀하신 부위를 보니, 오래 묵은듯한 잇몸 뾰루지 - 누공이 보인다.
파노라마 사진에서는, 레진 계열의 파이버 포스트(fiber post)로 보인다.
파이버 포스트(fiber post)는 엑스레이에서 조금 연하고 경계가 매끈한 반면에,
메탈 포스트(metal post)는 엑스레이에서 진한 하얀색이고.. 보통 나사선이 보이는 경우가 많다.
어차피 둘 다 포스트인데, 그냥 다 제거하면 되지 않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제거 난이도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큰 차이가 난다. (글 초반에 나왔던 두 장의 동물찾기 사진처럼)
잇몸에 뾰루지 - 누공이 잡힐 정도면 뿌리염증도 심하게 있을 것 같아 CT도 찍어보니,
뿌리 옆쪽을 감싸는 형태의 뿌리염증이 보인다.
뿌리에 금이 간 건 아닌가.. 싶은 형태의 염증양상 |
치근파절이 의심되는 뿌리염증 + 잇몸 뾰루지 + 게다가 파이버 포스트(fiber post)까지...
발치 권유를 받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어쨌든, 뿌리 염증의 치유를 위해서는 재신경치료를 해야하고,
재신경치료를 위해서는 포스트를 제거해야 하는데,
포스트를 제거하다가 뿌리에 구멍이 뚫릴 수 있으므로,
재신경치료 도중 발치로 이어질 위험성이 상당히 높다는 점에 대해 말씀을 나눴다.
(내가 오바하는 게 아님, 아래 과정 참고.)
그럼에도 수술적인 치료 이전에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재신경치료이다보니..
환자분께서는 이대로 발치하는 것 보다는.. 보존적인 치아 살리기를 시도해보고,
그래도 안 되면 발치를 하겠다는 뜻을 비치셨다.
이번에도 역시나, 감정형(F성향) 치료 계획을 확정짓는다.
말씀을 이렇게 하셔도 발치로 이어지면 상당히 속상하실 것을 알기에, 어깨가 무거워짐을 느낀다.
치료에 최선을 다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수밖에...
첫 약속 당일.
크라운을 제거하고, 신경관 입구에 접근하려는데.. 시작부터 숨이 턱 막힌다.
어디가 포스트고 어디가 치아인가...
조심조심 레진 포스트로 추정되는 부분을 깎아내면서 아래로 접근.. 더 들어가도 구별이 안 된다.
여기서 잠시, 메탈 포스트와 비교를 해보자.
오른쪽 사진의 메탈 포스트는 치아와 구별이 된다.
파이버 포스트와 메탈 포스트는, 제거에 있어서는 전혀 다른 치료다...;;
여기서 자칫, 축이 조금만 어긋나도 뿌리에 구멍이 날 수 있으므로,
이쯤에서 작은 엑스레이를 한 번 찍는다.
다행히 축의 방향은 맞는데, 지금부터는 조금 왼쪽으로 접근을 해야한다.
조심조심 왼쪽으로 접근하면서, 아래로 진행..
치아의 아래는 어둡기까지 해서, 거의 감각에 의해서 포스트를 삭제하는 느낌이다.
그리고 여기서 다시 엑스레이.
왼쪽으로는 그만! 이제부터는 다시 오른쪽으로 방향 수정해서 아래로 접근.
포스트는 조금만 더 삭제하면 된다.
여기서, 좌-우 말고, 전-후 축 방향도 확인해야 해서 CT를 찍어서 점검.
전-후 방향은 잘 맞는다. 다행이다.
하얀색 포스트는 이제 아주 조금 남았다.
중간중간 신경치료용 파일을 넣고 확인해가면서, 포스트를 아래로 조금씩 더 삭제..
그러다가 손끝에 느껴지는 끈적한 느낌! 이 느낌을 놓치기 전에, 파일로 그 부위를 열심히 공략한다.
순간적으로 파일이 밑으로 들어가는 느낌! 조심조심 파일을 전진시킨다.
Root - zx 로 뿌리끝 싸인을 확인 후, 다시 엑스레이.
솔직히 말하면, 운이 좋았다고도 할 수 있다.
만약 왼쪽으로 2~3mm만 더 들어가서 엑스레이를 찍었다면... ㄷㄷㄷ
이런 운의 요소를 줄이려면, 수시로 PA 엑스레이를 찍어가면서 확인해야 하는데,
좌-우 축이 아니라, 전-후 축은 이마저도 확인이 안 되므로,
느낌이 싸하다면 중간에 CT도 찍어봐야 하는데 그마저도 제한적이다.
아무튼 중간에 4장의 엑스레이를 찍어가며, 무사히 포스트 제거에 성공.
잠시 체어를 세우고, 환자분께 조심스레 이 기쁜 소식을 전했다.
"이제 재신경치료 시작입니다."
정말로 이제 시작지만, 그래도 이렇게 시작할 수 있음에 감사해야 한다.
뿌리에 구멍이 났으면, 그냥 발치로 이어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크라운 제거에, 포스트 제거까지.. 시간이 많이 흐르기도 했어서,
첫날엔 오염된 지피콘을 일부 제거하고, 플라즈마 멸균을 몇 차례 진행하고 마무리.
1주일 뒤, 두 번째 신경치료 날이다.
이번에는 환자분께서 기쁜 소식을 전한다.
"뾰루지가 없어졌어요"
보니까 진짜 뾰루지가 확실히 줄어들었다.
보통 이렇게 뾰루지가 빠른 반응을 보이면, 예후가 좋은 경우가 많았다.
용기를 얻어, 2회만에 재신경치료를 끝내고,
레진 코어, 구강스캔, pmma 제작까지는 통상적인 과정이라 간단하게 생략.
pmma 셋팅할 때 보니, 잇몸의 뾰루지는 거의 다 사라졌다.
그리고 지금부터는 뿌리 염증의 변화를 체크할 차례.
한 달 뒤.
잇몸 뾰루지의 재발 없이, 뿌리 염증은 치유 양상임을 확인하고, 다시 검진 약속.
통상적인 식사를 할 때도 거의 불편감이 없으셨다 하셔서,
pmma 제거 후, 프렙을 다듬고 구강스캔 후 지르코니아로 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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