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가 쪼개져서 임플란트 하라는데, 뽑기 싫어요" feat. 발치 전 심폐소생술로 부활

신경치료가 싫고 임플란트가 싫어서 어떻게든 피하고 싶어도, 

한 번 죽은 신경, 이미 죽은 치아를 살릴 수는 없다. 

만약에 사망선고 후 살아난 치아가 있다면, 의사가 살린 게 아니라 아직 죽지 않았던 것이다. 


Prologue

저 멀리 파주에서 일부러 찾아오신 40대 여성분. 

어금니가 쪼개져서 타치과에서 발치 진단을 받으셨지만, 

그렇게 아픈 것도 아니고 꼭 뽑아야 하는지, 살려 쓸 수는 없는지 상담을 원하셨다. 


말씀하신 부위를 보니, 치아가 그냥 쪼개져서 벌어져 있다. 

쪼개진 치아, 어금니 파절, 발치판정, 신경치료
이게 안 아픈 이유는, 아래에 나옴


보통은 달랑달랑이라도 붙은 상태로 오시는데, 이 분은 완전히 분리된 상태(splitted)로 오셨다. 


이렇게 쪼개진 치아는, 쪼개진 정도와 나머지 상태에 따라 진단이 달라진다. 

참고로, crack은 CT에서 안 보이지만 split 된 치아는 CT에서 보일 때가 많다. 

치아 쪼개짐, 어금니 파절, CT, 발치, 보존
왼쪽은 발치, 오른쪽은 발치하지 않고 보존해서 잘 사용 중이시다. 

위 사진의 왼쪽처럼 파절선이 치조골보다 아래로 내려가있다면 발치가 낫겠지만, 
(더군다나 뿌리에 심한 염증까지 있어서, 그냥 발치를 선택하셨다.)

오른쪽처럼 치조골 아래로 내려가지 않았다면 머리를 잘 수복해서 더 사용할 수도 있다. 

이 분은 파절선이 어떻게 형성됐는지, 정확한 진단을 위해 CT를 찍어보기로 했다. 


진단 : 발치 or not

CT를 보니, 오마이갓! 여러가지 의미로 놀라운 상황이다. 

쪼개진 치아, 어금니 파절, 뿌리염증, CT
A : 치관의 분리 / B : 뿌리염증 

다행이면서도 불행인 상황. 

1. 다행인 점 (A) : 치아의 머리는 그나마 치조골 상방으로 깔끔하게 쪼개져 있다. 

2. 불행인 점 (B) : 치아의 뿌리에는 엄청난 뿌리염증이 진행중이다. 

뿌리염증은 오래 진행된 듯한데, 이렇게 이미 신경이 죽어있다보니 안 아프셨던 것. 


머리에는 파절(A), 뿌리에는 뿌리염증(B)이라는 두 가지 증상이 동시에 생겼기 때문에

머리와 뿌리를 모두 치료해야 하는데, 

치료가 성공적이라면 머리와 뿌리의 치료가 모두 성공을 해야한다. 

각각의 성공률은 1보다 작을테니, 두 가지 치료가 모두 성공할 확률은 각각의 경우보다 낮다.


발치 전의 치료가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예후가 좋지 않아 나중에 발치로 이어질 수도 있음을 잘 설명드렸다. 

환자분께서는 발치 전의 치료를 강력히 원하셔서, 

머리는 수복하고 뿌리는 신경치료를 진행하기로 치료계획을 확정짓는다. 


치료 : 하나씩, 하나씩 

결국은 각각의 치료를 하나씩 진행하지만, 서로 맞물려 있다. 

무통 마취 후, 쪼개진 조각을 제거. 

CT에서는 치조골보다 상방으로 쪼개졌지만, 잇몸라인 기준으로 보면 한참 아래까지 깨졌다. 

쪼개진 치아, 파절편 제거, 뿌리염증, 플라즈마 신경치료
뿌리염증의 정도를 보면 제법 오랜 기간 염증이 진행된 듯한데, 

쪼개지기 전부터 존재했던 미세한 crack으로 세균이 들어가면서 내부를 감염시킨 것 같다. 

역시나, 파절 조각 주변에 심한 충치가 보인다. 


뿌리염증 치유를 위해 첫날의 신경치료를 마치고, 임시재료(caviton)로 잇몸을 눌러놨다. 

쪼개진 치아, 파절편 제거, 뿌리염증, 플라즈마 신경치료

오늘은 출혈이 너무 심해서 레진으로 벽을 쌓을 수가 없는데, 

이렇게 해놓아야 다음에 레진으로 벽을 만들 때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치료 둘째날. 

플라즈마 덕분에 2회만에 신경치료를 마무리. 치아 내부의 공사가 마무리 됐다. 

치아 파절, 플라즈마 신경치료, 근관충전

심한 염증이라도 신경치료를 여러번 할 필요는 없다. 

뿌리 내부의 멸균만 확인되면 신경치료를 마무리 하는 게 좋다. 


일주일 사이에 어느 정도 회복된 잇몸을 확인하고, 파절 부위에 레진벽을 미리 쌓아놓는다. 

쪼개진 치아, 어금니 파절, 레진 수복, 플라즈마 신경치료


이래야 다음번 진료가 수월하다. 


셋째날. 

그동안 더 잘 회복된 잇몸에 맞춰서 레진코어를 꼼꼼이 접착해서 잘 채워주고 구강스캔을 진행. 

쪼개진 치아, 어금니 파절, 플라즈마 신경치료, 레진코어

넷째날. pmma 크라운을 셋팅한다. 

쪼개진 치아, 어금니 파절, 플라즈마 신경치료, pmma 크라운
붓기가 빠진 잇몸 라인에 맞춰서 pmma 크라운의 일부 수정

이렇게 4회만에 치아 외부의 공사도 일단락되었다. 

당장 해야할 일은 다 했다. 이제 뿌리염증의 경과를 지켜보는 일이 남아있다. 


시간이 흘러..


한달 체크일. CT를 찍는다. 

맙소사... 불과 한 달만에 정말 놀라운 치유를 보여주셨다. 

쪼개진 치아, 어금니 파절, 뿌리염증, 신경치료, 치유

가끔 이렇게 빠른 치유를 보여주시는 분들이 계신다. 

- 참고글 : 커다란 잇몸 뾰루지, 한 달만에 치유된 케이스 feat. 플라즈마 신경치료


그래도 워낙 심한 증상의 콜라보 치아다보니, 

일단은 어느 정도 안심하시되, 조심조심 사용하시면서 두 달 뒤에 뵙기로 했다. 


하지만 네 달 뒤에 오셨다. 그동안 전혀 불편함이 없으셨다고. 

떨리는 마음으로 CT를 보니, 

처음의 놀라운 치유는 그 기세를 이어가서 이제 거의 완치상태에 접어들었다. 

쪼개진 치아, 어금니 파절, 뿌리염증, 신경치료, 치료 경과, 치유

이쯤이면 발치 걱정은 덜어놓으셔도 될 듯하다. 

기쁜 마음으로 pmma 크라운을 지르코니아로 교체한다. 

쪼개진 치아, 뿌리염증, 신경치료, 치유, 크라운

치료가 잘 마무리 되었다. 

안 뽑고 싶다던 환자분의 바람대로 뽑지 않을 수 있었다. 

참 다행이다. 


치료요약 : 머리 쪼개짐(A) + 뿌리염증(B)의 콜라보 치아

- 타치과에서 발치 권유를 받았지만, 다행히 치료 경과가 좋아 뽑지 않고 잘 쓸 수 있게 됨

쪼개진 치아, 뿌리염증, 신경치료, 크라운, 치유, 치료 요약



epilogue

진단에는 정답이 있겠지만, 그에 따른 치료 계획에 정답은 없다. 

이미 죽은 신경은 어쩔 수 없이 신경치료를 해야 하고, 

이미 뿌리까지 쪼개진 치아는 발치를 해야 한다. 

치수괴사, 신경치료, 치근파절, 발치, 임플란트
왼쪽 : 치수괴사로 신경치료 / 오른쪽 : 치근파절로 발치 후 임플란트


하지만 확실히 사망판정이 나지만 않았다면, 심폐 소생술을 시도할 수 있다. 

치료 후에 결국 사망 선고를 받는 치아도 있지만, 다행히 살아나는 치아도 있다. 

해보기 전엔 알 수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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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의료법 제56조 1항의 의료법을 준수하여 치과의사가 직접 작성하였습니다.

실제 내원 환자분의 동의하에 공개된 사진이며,

동일한 환자분께 동일한 조건에서 촬영한 사진을 활용하였습니다.

치료 내용 : 신경치료, 레진코어, 크라운

치료 후 생길 수 있는 부작용 : 재신경치료, 발치

치료기간 : 2024.10.15~ 2025.04.18

pmma 경과 체크 기간 : 약 5개월

개인에 따라 진료 및 치료방법이 다르게 적용될 수 있으며,

효과와 부작용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 점을 안내드리고 동의하에 치료 진행합니다.

진료 전 전문 의료진과의 충분한 상담을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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